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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독 Feb 14. 2024

예쁜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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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불안감을 달고 사는 나다. 마음속에 가느다란 접시가 있는데 물이 좀 차있다. 넘칠까 말까 하다가 몇 방울 뚝뚝 떨어질 뿐 넘치지 않는다. 매일 그 접시를 부여잡고 걷는다.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는 다가올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인가. 자신감이 없어서, 나 스스로 믿지 못해서,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에 대한 걱정 때문인가.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한 가지만 꼽자면 더 나아가기 위한 일정한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어느 순간부터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답은 찾을 수 없었다. 애초에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불안도 내 일부로 남겼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이 불안을 즐겼다. 마냥 나쁜 것, 정서가 불안해지고 일을 그르치는 원흉. 부정적인 단어를 붙이면 현실도 부정적으로 변했다. 그래서 예쁜 단어들로 꾸미기로 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힘. 잘하고 있지만 더 잘하고 싶어서 생기는 불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을 부려서 생기는 불안. 과거엔 실패했지만 이번엔 될 거라는 기대에 의한 불안. 슬럼프가 올 것 같아서 생기는 불안은 사실 슬럼프에 빠지기 싫어서 그러는 거라고. 남들에게 미움을 받을까 봐 생기는 불안은 사실 예쁨 받고 싶어서 그러는 거라고. 모든 불안은 내 안에서 태어났고 어떻게 키울지도 내 의지다. 


공통점은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럴 거다. 작년, 지난달, 어제 그리고 당장 몇 분 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좋아서. 쪼개어 생각해 보면 불안했던 만큼 큰일은 많이 일어나지 않았고, 일정한 불안이 좋은 날을 만들었던 것 같다.


예쁜 불안은 예쁜 나를 만든다. 그러면 좋은 일은 따라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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