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기
무한의 계단이라는 게임이 있다. 단순하게 장애물을 피해서 계단을 높이 오를수록 점수를 얻는다. 중간에 떨어지거나 장애물에 부딪히면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삶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가 없다. 어디까지 연결된 지 모르는 무한한 계단을 매일 오른다. 버겁지만 오를 수밖에 없다.
장애물이 찾아올 때면 피해서 오르느라 더 힘들다. 다리에 알이 배겨 오르기 힘든 날도 있었다. 어느 날은 발목이 접질렸지만 계속 올랐다. 아프다. 왜 항상 올라야만 하는 걸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쉬면 뒤처지기 마련이고 편안함에 안주하고,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억지로라도 나아가는 모습이 꽤나 지쳐 보인다. 무언가를 계속해야 하고 아무것도 안 하면 죄인이 된 것 같고. 꾸준히 올라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그래도 한발 나아가 본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아플 것 같다. 그걸 잘 안다.
어떤 날은 다리가 너무 아파 주저앉고 싶다. 스스로가 허락해 줬으면 좋겠다. 발목이 접질린 상태로 오르면 퉁퉁 부어서 다시는 못 오를지도 모른다. 조금 쉬어가자. 끝이 어딘지도 모를 계단의 끝까지 가려면 조금 여유를 갖자. 그래도 된다. 그래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