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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독 Jul 01. 2024

하얀 여름이 절정인 요즘

삼십 도가 넘는 요즘. 녹음이 가득하고 낮에도 안개가 낀 듯 하얀 여름이 절정입니다. 할 일이 없으면 카메라를 들고 걸었습니다. 땀이 워낙 많이 흐르고 갈증이 나는 게 별로지만요. 수박을 밖에 가져다 파는 아저씨도 몹시 더워 보입니다. 부동산을 지키는 중개인 아주머니도, 슈퍼에 물건을 가져다주는 기사님도. 서로 다른 곳에서 왔지만 계절 하나로 같은 감정을 느끼는 중입니다.


잦은 두통이 찾아옵니다. 평소에 없었는데 종종 지끈거립니다. 모르게 신경 쓰고 있는 무언가가 있나 봅니다. 아마도 그건 관계가 아니었을까요. 그쪽 분야에 대해선 꽤 다듬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생각하기 싫어서 전부 끊어버릴까 생각했었습니다. 귀찮고 거추장스러운 모든 것을 말이에요.


울타리 같은 게 있었습니다. 촘촘하게 거리마다 박혀있는 울타리요. 기간과 정도에 상관없이 왔다 갔다 했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발자국이 남고 채취가 남고 정이라고 하는 것들을 남기고 간 사람들 말이에요. 어떤 방식으로든 쉽게 흘리면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임이 따르는 무거운 것들이니까요.


다른 건 틀린 거다. 다름을 이해하자. 틀린 부분을 몰랐고 이해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정해져 있지 않은 것들은 때론 흥미를 가져다주지만 돌아오는 상처는 두려웠습니다. 다가오는 이 막지 않았고 다가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연습을 한다고 잘 해지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공감에 대해서 자신감 있었지만 점점 꺼져갔습니다. 내가 하는 게 공감이 아니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른 게 틀리고 다름을 이해하지 못해서요.


본질은 이랬습니다. 모든 관계는 서로가 다르다는 상태에서 시작됩니다. 보통 사람들은 그걸 틀렸다고 생각하더군요. 이해하며 살아야 할까요. 다른 상태로 살아가면 되는 거 아닐까요.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살아져야 하는 걸까요.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상처받기 두려워 착한 사람을 자처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미움받을 용기가 없어 모습과 다르 게 보인 적이 있습니다. 흔들리는 상태에선 무얼 하든 엎지르고 엇나가기 마련이었습니다. 혼자서 살아가는 게 두려운 사람입니다. 그래서 걸었습니다. 사람들 곁을, 사람들 속에 섞여서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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