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의 양극화 시대

by Kn

이 수업은 10월 모의고사 지문 사르트르의 무화와 상상을 먼저 학습한 후 진행한 수업입니다. 무화와 상상을 보고 유사한 방식으로 선생님 나름대로 투쟁과 침잠을 만들어 봤다고 설명해 주고 진행하여서 원활하게 수업을 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어쨌든 대성공!! 철학만큼 재밌는 건 참 드문 거 같습니다.


25. 12. 방학 특강 – 인간의 상상력


상상력의 양극화 시대


과거 우리는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 부르며, 그것이 대중을 우매하게 만들 거라 경고했다. 그러나 디지털 대전환이 이루어진 21세기, 우리는 그보다 더 근원적이고 위협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바로 상상력의 빈부격차와 ‘창작 능력의 양극화’ 시대의 도래이다. 오늘날 고도화된 미디어와 콘텐츠는 인간의 머리에서 나온 결과물이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을 향유하는 대다수 대중에게서 ‘스스로 상상하는 힘’을 앗아가고 있다. 소수의 뛰어난 창작자가 구축한 정교한 세계관과 화려한 시각 정보에 길들여진 수용자들은, 이제 자신만의 고유한 캐릭터를 창조하거나 배경을 스케치하는 기초적인 정신 근육을 상실해 가는 중이다. 이를 단순히 문화적 소비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상상력의 상실이 곧 문해력의 하락과 글을 읽어내는 기초적 능력의 상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는 ‘인지적 구두쇠’ 기질을 파고드는 미디어 환경이 있다. 완성도 높은 콘텐츠 범람의 시대에, 뇌는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능동적 창작’ 대신 손쉬운 ‘수동적 소비’를 선택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이미 완벽하게 구현된 타인의 상상력을 소비하는 동안, 개인의 상상력은 퇴화할 수 있다. 글자와 문장이라는 추상적인 기호를 통해 머릿속에 구체적인 형상을 그려내는 훈련이 부족해지면, 인간들은 점차 능동적 독자나 생산자가 될 수 있음에도 그것을 잃어버리고, 영원한 소비자, 즉 상상력의 하층민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투쟁’이다. 여기서 투쟁이란 물리적 충돌이 아닌, 자신의 지적 능력이 침식당하고 있음을 자각하는 ‘비판적 메타인지’를 의미한다. 화려한 영상과 자극적 알고리즘이 나를 즐겁게 하는 동안, 동시에 나의 주체적인 사유 능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편리함에 안주하려는 성향에 저항하고, 수동적 관객으로 남기를 거부하는 태도야말로 상상력의 주권을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투쟁은 외부의 자극에 무비판적으로 동화되지 않으려는 인간 고유의 반발력이자, 지적 독립과 능동성과 문해력 회복을 위한 필수적 저항이다.

투쟁이 외부적 방패라면, 두 번째 방법인 ‘침잠’은 내부를 향한다. 침잠은 범람하는 콘텐츠를 의도적으로 잠시 차단하고, 텍스트와 고요히 마주하는 행위다. 영상 매체나 스마트폰 등의 시청각적 정보가 차단된 상태에서 책이나 글을 읽을 때, 우리의 뇌는 잠들어 있던 고유의 상상력을 가동하기 시작한다. 나만의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고, 나만의 세계관을 건축하는 몰입의 과정은 타인의 상상력에 의존하지 않는 완전한 정신적 자립을 가능케 한다. 여기서 말하는 나만의 캐릭터나 세계관은 본인이 새롭게 창조한 것뿐 아니라, 기존 소설 등을 통해 자연스레 획득한 나만의 캐릭터와 내가 상상해서 능동적으로 만들어낸 배경과 세계관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이러한 침잠을 통해 우리는 소비자와 생산자의 경계를 넘어, 스스로의 세계를 통제하고 구축하는 창조자의 지위와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

결국 투쟁과 침잠은 ‘나만의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회복하기 위한 두 날개이다. 이 능력을 갖춘 이는 단순히 글을 잘 쓰거나 그림을 잘 그리는 차원을 넘어설 수 있을지 모른다. 허구의 세계를 스스로 구축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현실 세계의 구조적 모순을 꿰뚫어 보는 비평적 안목을 획득할 수 있다. 기존의 서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더 나은 대안’을 상상할 수 있는 힘, 부조리한 배경과 시스템에 대해 비판하고 새로운 사회를 갈망하는 태도, 이것이 바로 상상력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글을 잘 읽어내는 소중한 토대이다. 상상력의 빈부격차를 넘어서려 노력하는 것은 분명 많은 이들에게 글의 내용을 이해하는 능력을 가져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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