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강압 구조와 인지적 제약

by Kn

인간의 언어는 현실을 파악하고 소통하는 필수적인 수단이지만, 그 내재된 구조와 사회적 사용 방식에 의해 사고와 표현을 제약하는 ‘강압 구조'로 작용할 수 있다. ‘안 한 것'과 '못 한 것'이라는 언어적 범주화는 이러한 ‘강압 구조'의 대표적인 예시다. 현실의 행위나 상황은 복합적인 요인의 결과로서 종종 이 두 범주 사이의 모호한 영역에 놓이거나 두 속성을 동시에 내포한다. 그러나 특정 대화 상황, 특히 권위자의 질문이나 사회적 규범이 요구하는 간결하고 명확한 의사소통 환경에서는 이러한 현실의 모호성을 인정하기보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경향이 나타난다. 언어는 이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기보다, 단순한 이분법적 틀을 강요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이러한 언어적 강압은 개인의 인지 및 내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외부에서 부과된 이분법적 언어 구조는 내면화되어, 스스로의 행동 이유나 상태를 이해하려 할 때조차 ‘안 했는가' 또는 ‘못 했는가'라는 이분법적인 틀로 자신을 평가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내면의 진실된 이유가 복합적이거나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언어의 제약 때문에 둘 중 하나로 자신을 규정해야 한다는 인지적 압박감에 갇히게 된다. 발화 시점에는 ‘뇌의 순간적 판단'과 ‘절제되지 않은' 상태가 결합되어 정제되지 않은 말이 '멋대로 튀어나오기' 쉬우며, 심지어 그 말이 자신의 실제 상태와 일치하는지에 대해 스스로에게조차 의문을 품는 인지적 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언어적 구조가 사고 구조를 제약하고 자기 인식을 왜곡하는 현상이다.

나아가, ‘간결하고 명확한 전달', ‘완벽한 의미 전달'과 같은 특정 의사소통 가치를 수직적 구조 안에서 우선시하는 사회적 경향은 언어의 이러한 ‘강압 구조'를 강화한다. 현실의 모호함이나 불확정성, 그리고 인간 경험의 복합성을 담아낼 수 있는 언어적 표현은 비효율적이거나 부적절한 것으로 취급받아 배척되기 쉽다. 결과적으로 사회는 언어가 가진 ‘획일화하려는 성향'(특정 의미나 형태로의 수렴)을 강화하며, 현실의 다양한 ‘분포'를 언어라는 단순하고 고정된 범주 안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경향이 심화된다. 이는 ‘고리타분하다'라는 단어가 신중함이나 깊이를 깎아내리는 데 사용될 때처럼, 언어가 비판적 사유나 다양한 존재 방식을 억압하는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언어적 강압 구조는 인간 인지가 현실의 복잡성(분포)을 ‘언어'라는 필터를 통해 처리할 때 발생하는 ‘착시' 또는 ‘오류'와 연결된다. 언어가 가진 ‘명료성'(경로화된 분포)에 현혹되어 현실의 ‘모호성'(복합적 분포)을 간과하고, 단순화된 범주(‘안 한 것' 또는 ‘못 한 것')를 현실의 전부인 것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이는 자기 인식을 왜곡하고, 타인을 성급하게 판단하며, 사회적 문제의 근본 원인인 복합성을 외면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언어는 진실을 표현하는 데 실패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행위를 왜곡하게 만드는 장본인이 되기도 한다.

언어의 강압 구조는 현실의 복잡성을 단순화된 범주로 강제하며 인간 사유와 인식을 제약한다. 이는 자기 이해의 왜곡, 타인에 대한 오류 판단, 사회적 마찰의 증가로 이어진다. 그러나 언어적 틀에 갇히지 않는 ‘사유'의 가능성이 존재하며, 인간은 이 강압 구조를 인지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통해 진실에 더 가까운 이해와 표현을 추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언어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사유가 언어 바깥의 복잡한 실재와 직접 만나는 순간은 존재할 수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 만남은 어떤 방식으로 일어나며, 그것을 언어로 표현할 때 언어의 강압 구조는 어떻게 작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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