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판단, 그리고 인간관계의 균열에 대하여

by Kn

인간은 타인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상이한 작동 방식을 동시에 갖고 있다. 하나는 ‘순간 판단’이고, 다른 하나는 ‘종합적 판단’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특정한 말이나 행동을 통해 즉각적으로 그 사람을 ‘어리다’, ‘가볍다’, 혹은 ‘미숙하다’라고 느끼며, 그 순간의 판단을 곧장 태도와 언어로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때로는 과거의 언행이나 일관된 태도를 다시 떠올리며, 그 순간의 판단이 편협했음을 자각하고 스스로를 수정하기도 한다. 이처럼 인간의 인식은 끊임없이 순간성과 총체성 사이를 진동한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의 이중성은 언뜻 복합적 사고처럼 보이면서도, 실제 인간관계에서는 자주 오해와 분열의 불씨가 된다. 우리는 종종 과거의 누적된 인상을 끌어와 상대의 현재를 무화시키고, 반대로 한순간의 언행만으로 그 사람의 전부를 함부로 단정 짓기도 한다. 더욱이 이러한 판단이 말이라는 형식을 통해 발화되는 순간, 문제는 한층 복잡해진다. 언어는 단순한 소통 수단을 넘어 판단의 형태를 고정시키는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즉흥적으로 뱉어진 말 한마디가 타인의 정체성과 감정을 왜곡하거나 훼손하는 사례는, 그 심각성을 지나치게 경험한 이들에게는 생명보다 무거운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러한 언어의 위험성과 관련하여 ‘고리타분하다’라는 말은 특히나 흥미롭다. 이 표현은 단순히 ‘지루하다’라는 의미를 넘어, 종종 깊이 있는 사유나 신중한 태도를 조롱하거나 배척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이 말은 비판적 성찰을 유도하기보다 오히려 그 필요 자체를 무력화하는 역할을 한다. 즉,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을 훈련시키고, 감정을 절제하며 사고의 유효성을 고민하는 태도는 이 한마디로 쉽게 깎여나갈 수 있다. 언어는 종종 생각을 지배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누군가를 지우거나 조롱하는 가장 빠르고 손쉬운 무기가 되기도 한다.

한편으로, 우리는 판단을 하지 않는 존재에게 오히려 더 큰 호감을 느끼기도 한다. 강아지와 같은 동물들이 ‘사랑스럽다’라는 인식을 쉽게 얻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우리를 평가하거나 오해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장난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인간이 얼마나 말과 판단에 민감한 존재인지, 또 얼마나 ‘언제나 평가당하고 있다’라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반어적 풍경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판단하는 동물’이면서도, 그 판단의 무게와 결과를 감당하지 못하는 존재다. 말은 쉽게 흘러나오지만, 그 말이 매듭짓는 판단의 구조는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는 때로 한순간의 말이, 한 생의 고통을 결정지을 수 있음을 너무 늦게 깨닫는다. 그리고 그때는 대개, 말의 무게를 되돌릴 수 없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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