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분포의 경계

by Kn

인간의 사유와 내면은 단순하거나 명확한 경계를 가지지 않는다. 이는 다양한 정보, 감정, 경험의 '분포(distribution)'가 복잡하게 얽혀 존재하는 양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 ‘언어 이전의 사유'가 존재한다는 주장은 이러한 '분포'가 언어의 형식적 틀에 갇히기 전에 이미 인지 시스템(‘그릇') 내에서 처리되고 의미를 구성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감정이나 감각은 언어로 완벽히 표현되지 않는 ‘분포'의 영역이며, 언어는 그 영역에 대응하려는 불충분 하지만 필수적인 사회적 약속이자 ‘그릇'이다. 이 간극은 언어의 근원적인 한계를 드러낸다.

언어의 진화는 이러한 간극을 해소하려는 시도이자 동시에 새로운 제약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초기 인류의 몸짓과 소리가 융합된 다중 양식적 소통(‘언어 이전의 사유'의 외현화)에서 발화 언어로의 전환은 ‘편의성'이라는 강력한 동력에 의해 추동되었다. 발화 언어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재사용하며 사회적 소통의 ‘확산 가능성'(분포의 확산)을 비약적으로 높였다. 이러한 편의성은 사회의 안전성을 증진하고 급격한 발전을 가능하게 한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언어는 편의성을 얻는 동시에 감각과 사유의 복잡성을 포기하며 ‘획일화'되기 시작했다.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언어(‘경로화된 분포')는 점점 정제되고 표준화되었지만, 이는 개인의 고유한 ‘분포'(감각, 경험, 생각)가 그 표준에 맞춰져야 하는 압력으로 작용했다.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것, 표준에서 벗어나는 것은 비표준, 비합리, 혹은 부적절함으로 취급받기 쉬워졌다. 언어는 감각의 다양성을 담기에는 너무 얇고, 너무 강압적이며, 너무 정형화된 ‘그릇'이 되었다.

이러한 언어의 ‘강압 구조'는 인간의 인지 및 내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안한 것'과 '못한 것'처럼 현실은 모호하지만 언어는 둘 중 하나를 강요하는 이분법적 범주화는 인간 사유를 제약한다. 이는 외부의 언어적/사회적 압력이 내면화되어, 스스로의 행동 이유나 상태를 ‘언어의 틀'에 맞춰 판단하고 왜곡하게 만드는 ‘인지적 제약'으로 이어진다. 언어는 사고를 표현하는 수단을 넘어, 사고의 방향을 단순화하고 고정하는 통제 장치로 변질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복잡한 ‘분포'를 단순한 ‘획일적 범주'로 축소시키는 ‘착시'를 유발하며, 자기 인식과 타인 이해의 오류 원인이 된다.

언어의 획일화는 세대 간에도 층위를 구성한다. 한 세대가 사용하는 언어(‘세대적 언어 분포')는 시간이 흐르며 ‘굳어지고', 다음 세대에게 '올바른 언어'로 전달되려 한다. 하지만 새로운 세대는 변화된 환경과 새로운 ‘분포'의 영향으로 기존 언어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현'을 창조한다. 특히 문자 기반 소통(인터넷, 스마트폰)은 언어의 ‘위험성'을 낮추고 ‘즉각성/익명성'을 높여, 감정 표현의 ‘진폭'을 키우고 극단적인 언어(‘분포')의 발달을 촉진했다. 이러한 ‘글자 언어'는 기존 ‘말 언어'의 규범과 충돌하며 세대 간 언어와 태도의 차이를 야기한다. 언어 권위 기관은 이러한 세대별, 기능별 ‘언어 분포'를 선택하고 분류하며 사회적 위상을 부여한다.

그러나 이러한 언어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언어 너머의 사유 가능성을 끊임없이 추구한다. 시, 음악, 그림과 같은 예술은 언어가 포착하지 못하는 '감각의 분포'를 표현하려는 시도이며, 사유의 복원 장치이다. ‘신뢰', ‘정직'과 같은 추상 개념은 언어가 행위와 일치하는 패턴(‘분포')을 사회적으로 관찰하고 축적하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진정한 언어 해방은 언어의 틀을 벗어나는 것을 넘어, 언어 안에서조차 모호함과 복잡성(분포)을 인정하는 ‘감수성'을 회복하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다. 이는 언어가 ‘사실의 거울'이 아닌 '권력의 도구'가 될 때 발생하는 위험에 대한 윤리적 대응이다.

언어는 인간에게 필수적인 도구이지만, 편의성과 획일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현실의 복잡한 ‘분포'를 단순화하고 인지적 ‘착시'를 유발하는 ‘강압 구조'가 될 수 있다. 이는 인간 사유와 자기 인식을 제약하고 사회적 갈등과 판단 오류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인간 사유의 발전은 언어의 이러한 ‘강압 구조'를 인지하고, ‘분포'의 본래적 다양성과 복잡성을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언어적 감수성을 회복하며, 언어 너머의 사유 가능성을 탐구하는 데 달려 있다.



(너무 강한 어조로 썼나...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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