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사유의 층위화

by Kn

‘사유의 층위화’는 ‘그릇’ 안에서 ‘분포’들이 어떻게 단순한 나열을 넘어 복합적 이해와 통찰을 만들어내는지 설명하는 핵심 작동 원리이다. 이는 ‘분포들’이 서로 만나 겹치고 쌓이면서 새로운 사유의 층위를 형성하는 과정을 말한다.

층위는 ‘지식 분포’나 ‘경험 분포’를 기반으로 한다. 그것들은 ‘철학사적 사유’, ‘비판적 관점’, ‘해체주의적 분석’, ‘본질을 보고자 함 혹은 본질 추구’ 같은 추상적이고 방법론적 사유 방식에 ‘의지’의 개입이 더해지며 겹쳐진다.

자신의 ‘분포’를 인식하고, ‘인상 강도’를 조절하는 것은 ‘사유의 층위화’ 능력을 기르도록 도울 수 있다.

인간들의 지적 능력은 마치 개인의 한 사람 영역인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모두가 잘 알고 있듯 절대로 그렇지 않다. ‘언어’라는 발명품과 ‘글자’라는 발명품, 궁극적으로 ‘책’이라는 발명품을 통해 인류의 지적 능력은 공유되었고, 하나의 지능처럼 함께 움직이고 성장해 왔다고 생각한다.

언어는 지능의 분산 매개, 문자는 언어의 저장 기술, 책은 지능의 확장. 인간은 지능을 공유하고 전이시키고, 해석하고, 재구성하며 발전해 왔다. 분포 이론의 관점에서 ‘인간은 확률적 언어 모델’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다양한 발명품들은 그런 확률적 언어 모델과 차별성을 낳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사유의 층위화’이다.

‘사유의 층위화’는 단순히 분포들을 옆에 쌓아두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서로 다른 종류의 ‘분포(기본 지식, 경험, 감정, 역사적 사유, 비판적 관점, 해체주의 등)’들이 ‘그릇’ 안에서 만나 ‘겹쳐지는 과정’이다. 이 ‘겹침’은 하위 분포에 상위 분포가 투영되거나, 기존 분포가 새로운 관점으로 재해석되는 것 등을 의미한다.

층위화의 핵심 단계는 ‘본질을 보려는 욕망’, ‘해체주의적 질문 던지기’, ‘철학사적 관점 적용’ 같은 추상적이고 방법론적인 ‘사유 방식 분포’들이 상위 분포로 활성화되는 것이다. 이것들이 활성화되었을 때, 기본 분포들은 그 활성화 위에 ‘투영’되거나 ‘겹침’이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사회 현상’을 대할 때 위의 사유들을 층위화하면 ‘획일화’에서 벗어나거나 ‘본질’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거나, 질문과 성찰, 숙고, 다른 사유체계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통찰 얻기 등이 가능해질 수 있다.

또, A라는 지식 분포와 B라는 경험 분포가 있을 때, ‘그릇’이 C라는 비판적 관점 분포의 사유 층위화를 덧대어 A와 B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역사적 사건(지식 분포)을 접했을 때, 그 위에 ‘권력 비판적 시선(비판적 관점 분포의 층위화된 틀)’을 덧씌워 이전에 못 보았던 새로운 진실(통찰)을 얻는 과정이다.

이러한 다층적 ‘겹침’과 처리 과정을 통해 기존의 어떤 분포로도 환원되지 않던 새로운 의미나 새로운 연결, 새로운 이해가 떠오를 수 있다. 나는 이 다층적 겹침을 통해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야가 열리는 순간을 ‘통찰’이라 생각한다. 이는 ‘사유의 층위화’가 낳는 가장 밀도 높은 산물일 수 있다.

이런 ‘사유의 층위화’ 과정을 의식적으로 반복하면, 이 과정 자체가 ‘그릇’ 내에서 ‘자동화’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나중에는 ‘의식하지 않아도’ 특정 분포를 보면 빠르게 관련 층위와 겹쳐 통찰에 가까운 언어가 발현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는 ‘노력의 재능’을 필요로 할지 모른다. 과거 조상들이 언급하던 ‘수양’ 역시 이런 메커니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감정의 조절을 위한 수양, 본질을 보기 위한 수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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