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에 대한 불확실성과 언어 사용 습관

by Kn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 인간의 사고방식을 형성하고 사회적 질서를 반영하는 문화적 구조물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우리가 어떤 말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어떤 현실을 살아가게 되는지를 시사한다. 그리고 이는 언어가 우리의 인식 범위를 결정하며,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존재를 어떻게 구성하는지를 보여주는 핵심적인 통찰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특정한 언어 표현이 특정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날 때 우리는 그 언어가 나타난 사회적 배경, 인식 구조, 감정의 급격한 변화 양상까지 살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표현 중 하나는 “~인 것 같아요.”이다. 이 문장은 겸손한 표현처럼 보이지만, 실은 의미의 잠정성(용어, 개념 등이 시간이나 맥락에 따라 재해석 될 수 있는 특징)과 자기 표현에 대한 거리두기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답이 ㅇㅇ인 것 같아요.”


이처럼 ‘-ㄴ 것 같다’를 반복하는 화법은 단정적인 표현을 피하고, 발화자의 입장을 흐리며, 의미를 잠정적으로 고정한다. 이런 표현은 겸손한 태도나 신중한 표현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의미 명료성 회피 또는 발화 책임 분산의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친구가 “오늘 발표 잘했어?”라고 물었을 때 “잘한 것 같기도 해.”라고 대답하는 학생은 자신이 느낀 ‘성공’이나 ‘자신감’ 등의 감정을 곧바로 진술하지 않은 경우이다. 그 대신 ‘~인 것 같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자기 인식의 불확실성과 타인의 평가에 대한 사전 방어를 동시에 시도하였다.


이러한 언어 습관이 사회 전반에 퍼지게 된 배경에는 한국 사회의 경쟁 중심 구조가 깊게 자리한다. 사회적 위계질서와 결과 지향적 평가체제는 개인에게 정답을 빠르게 말하도록 요구하면서 동시에 틀림에 대한 책임을 가혹하게 묻는 경우까지도 있다.

인지된 위협, 사회적 처벌 가능성은 개인이 말을 할 때 자신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 반응을 고려하게 만든다. 이는 특히 교실이나 강의실, 직장 등에서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회의 중 팀장이 회의 안건에 대해 의견을 묻는 경우, 누구도 단정적인 의견을 내지 않고, “이러이러한 게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요.”라는 식의 대답을 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화법은 실패나 호통, 비난 등을 피하고자 하는 방어적 발화의 한 종류이다. 만약 경직된 대화나 관계가 개선된다면 위의 발화 가능성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런 언어 습관은 단지 나약함이나 회피의 증거일까? 그렇지 않다.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우리 사회는 ‘성과’를 위해 끊임없이 자기를 증명해야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확신’은 타인에게 나를 증명해야 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이럴 때 ‘확신 없음’을 선택하는 모호한 태도는, 굳이 자기를 증명하지 않는 무언의 저항일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인 것 같아요.”란 답은 단정, 빠른 판단, 정답 등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나름의 성찰적 공간 혹은 안전을 확보하려는 시도일지 모른다.

그러므로 이런 태도는 반드시 미성숙이나 무책임과 연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는 모른다는 것을 아는 용기,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더 깊은 이해를 시도하는 태도일 수 있다.


한국인들의 언어 습관은 언어적 징후와 같다. 그 안에는 경쟁에 내몰린 개인의 자기 검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말하기, 섣부른 확신을 유보하며 깊은 이해를 시도하는 태도 등이 복합적으로 담겨 있다.

이러한 언어 표현은 존재 방식의 표지이자, 사회적 정서의 반영이며, 불합리한 사회 구조의 역설이다. 우리는 이러한 언어를 통해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또 어떤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을까?




2주를 못 참고, 그냥 완성해버린 글.. 그리고 이건 수업 자료로 써야겠네... 오히려 좋습니다..

부족한 글인데도 꾸준히 읽어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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