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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차원 그녀 Sep 03. 2023

9.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무원 그를 만나다.

충주의 왕자. 충주의 슈스 김선태 주무관 실물 영접 

벌써 교사로서 수십 번의 방학을 보냈지만 아쉬운 게 방학이다. 개학 일주일 전부터는 꿈에서부터 우리 반 아이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학교 단톡방에 조금씩 2학기 준비 관련 안내 사항이 올라온다. 기분 전환을 위해 일단 미용실부터 다녀오고 마음을 다잡는다.     


개학 D-2. 학교에 가니 교감 선생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오늘 어쩐 일이야?”

“개학 준비하러 왔습니다. 어젯밤에 잠을 설쳤더니 피곤하네요.”

“왜 잠을 설쳤대?”

“벌써 개학이라니, 아이들 만날 생각에 너무 설레서요.”

“진심이지?”

“케엑켁, 당근이죠.”     


미친 듯이 교실 청소를 하고 평가계획을 작성하고 개학식 날 필요한 학습지 복사까지 쉬지 않고 일했다. 4시 30분 칼퇴근. 다시 집으로 가려면 1시간이나 걸린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늦으면 안 된다. 라디오를 들으며 기분 좋게 집에 도착했다. 그분을 만나러 가는 그 자리에 이런 추리한 몰골로 가는 건 예의가 아니지. 티셔츠와 운동복 바지 대신 원피스로 갈아입고 립스틱도 바르고, 딸아이 방에 있던 도화지 뭉치도 챙겼다. 그리고 아들 방에 있던 검정 사인펜도 1개 챙겨 넣고.     


같이 가기로 약속한 선생님을 만나 차를 얻어 탔다. 내가 잘 모르는 길이기도 했고 일단 주차 걱정에 차를 두고 가기로 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강연 시작 10분 전에 도착해서 자리에 앉았다. 역시 다른 사람들도 이분을 보러 온 게 분명해. 강연의 시작 시각은 6시 30분이었지만 빗길에 퇴근 시간까지 겹쳤고 암튼 7시가 되어서 시작이 되었다. 오늘 강연은 4명의 강연자가 나오며 2시간가량 진행이 된다. 죄송하지만 앞의 3분은 이름도 처음 듣는 분이었다. 지방에서 멋지게 살아가고 있는 그들만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주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마지막으로 내가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그분이 등장하셨다. 으악!!! 드디어 실물 영접. 일단 옷부터 멋졌다. 나는 오늘 강연하러 온다고 그분이 막 꾸미고 올 줄 알았다. 하지만 역시는 역시. 그는 시청에서 근무하던 그 복장 그대로 버스를 타고 내려온 게 분명했다. 면티에 면바지에 그냥 유튜브에 매번 등장하던 그 신발. 찢었다. 유튜브 성공 비결. 김선태가 잘해서. 빵 터졌다. 저 자신감. 멋져. 뭐야. 역시 40만 유튜버 답네. 나랑 MPTI도 똑같잖아. 30분도 안 되는 그 짧은 시간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가 버렸고 그와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섰다. 맙소사. 내 앞에서 줄이 끊겼다. 너무 아쉬워서 불쌍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더니 셀카 촬영에 응해 주었다. 사인받으려고 준비해 간 종이를 들어서 사인받을 수 있냐고 물었더니 주최 측에서 바쁘다며 제지했다. 아쉬운 마음에 강연장에서 나와 복도에서 기다렸다. 그가 나왔고 간절한 마음으로 “주무관님! 사인 한번 해주실 수 있나요?” 말을 꺼냈다. 그는 나의 도화지에 사인을 남기고 바람과 함께 아니 폭우와 함께 사라졌다. 그에게 나는 마지막 말을 전했다.

“이 싸인 가보로 남길게요.”     


다행히 나는 도화지 뭉치를 비닐째 넣어왔고, 소중한 사인에 비가 들어가지 않게 다시 잘 여몄다. 비는 미친 듯이 내렸고, 집에 가기 위해 큰길을 향해 5분 정도 걸어 나왔다. 남편에게 전화했더니 아직 일을 못 마쳤다며 데리러 올 수 없다고 했다. 비 때문에 앞도 잘 안 보이고 신발도 치마도 다 젖었다. 지나가던 택시를 운 좋게 잡았다. 뒷문을 열고 우산을 접고 타는 그사이에 택시 안으로 비가 들이쳤다.

“기사님, *** 아파트 가주세요.”

“아니 비도 이렇게 많이 오는데, 집에 얼른 들어가지 왜 여태 밖에 있었어요. 비가 어찌나 오는지 앞이 안 보이네 그려. 나도 이제 집에 갈려던 차에 딱 만났구먼”

“네, 기사님. 감사해요. 위험하니까 천천히 가셔도 돼요.”

내 치마는 반쯤 젖은 상태였고 나는 가방에 있는 지폐를 다 꺼내 손에 쥐었다. 아파트 앞에 도착했고 나는 기사님께 내가 가지고 있던 지폐를 모두 드렸다.

“기사님, 정말 감사해요. 제가 비를 많이 맞아서 여기 시트 다시 닦으셔야 할 것 같아요. 잔돈은 안 주셔도 돼요.”

“아니, 이렇게 많이 주면 어째?”

“아니에요,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고맙습니다.”

평소 잔돈도 아끼는 나지만 오늘은 기사님께 택시 요금의 2배쯤 되는 요금을 전해 드렸다. 근데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나는 오늘 저녁 그를 만나 정말 행복했고, 나도 기사님께 그 행복을 전해드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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