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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차원 그녀 Jul 17. 2024

아들이 폐렴에 걸렸다. (3)

아들이 너무 보고 싶다. 

뭐라 명명하긴 그렇지만 빈둥지 증후군을 앓는 것 같다. 집이 텅 빈 것 같다. 식욕도 없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다. 하루 종일 병실에 혼자 있을 아들 걱정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매일 밤 다정하게 누워 책도 읽고, 하루 일과 이야기도 하고, 그리고 아로마 롤온을 발바닥에 발라주면 간지럽다고 자지러지게 좋아했던 아들. 그 아들이 집에 없다.

      

퇴근 후 6시 무렵 아들 면회를 하러 간다. 그리고 상태를 체크한다. 오늘은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간호사를 불러 열 체크를 부탁했는데 정상이었다. 1주일이나 실내 생활을 해서 그런지 아들 얼굴은 더 하얘졌다. 일요일 오전 다인실에서 일인실로 옮긴 이후 매일 밤 남편은 아들 곁을 지키러 병원으로 2차 출근을 하고 있다. 어젯밤에는 남편이 일이 늦게 끝나 아들은 아빠를 11시 30분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하품하길래 저녁 약을 먹이고 아빠가 오시기 전까지 잠을 자라고 방에 불을 끄고 나왔다.      


집에 다 와서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아버지도 손자가 괜찮은지 물으신다. 나는 벌써 입원한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기침한다고 걱정하였다. 이야기를 한참 들으시던 아버지께서 한마디 하셨다. 

“애 때문에 너무 애태우지 마라.” 

평생 자식 걱정에 이제는 손자 걱정까지 해주시는 아버지께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 목이 멨다.

“네, 아버지. 곧 퇴원해요. 아버지도 걱정하지 마세요. 비 올 때 밖에 나가지 마시고요 ”

내일이면 아들이 입원한 지 벌써 7일 차다. 아들은 금요일 오전에 퇴원할 예정이다.     

 

집에 와 급하게 저녁 준비를 한다. 밥솥에 밥을 안치고 참치통조림을 따서 김치찌개를 끓인다. 달걀부침도 4개나 준비한다. 식탁에 남편과 딸의 저녁을 차려 놓고 밖으로 나왔다. 아들이 좋아하는 슈크림빵을 사러 빵집에 갔다. 안타깝게도 슈크림빵이 없다. 슈크림빵 다음으로 아들이 좋아하는 초코 소라빵 2개와 다른 빵도 골라 담았다.    

  

남편이 가져갈 짐을 준비한다. 토마토를 듬성듬성 썰어서 설탕을 솔솔 뿌려준다. 이러면 비타민 다 파괴된다고 한 것 같은데 아들이 좋아하니까 패스다. 빵도 넣고, 그리고 아들이 갈아입을 잠옷과 속옷, 여벌의 옷과 수건도 챙겨본다. 식사를 마친 남편을 재촉한다. 두통이 있다고 한 아들이 걱정되어 남편에게 식사를 다 했으면 빨리 병원으로 가라고 떠밀었다. 아침도 점심도 제대로 못 챙겨 먹고 이제 저녁 한 끼 먹는다고 남편이 하소연하지만 내 귀에는 안 들린다.      


남편이 집 문을 나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폰을 보니 부재중 전화가 와있다. 아들이다. 무슨 일이 있나 영상통화를 걸었다. 아들이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눈물을 닦는지 계속 다른 곳으로 화면을 비춘다.

“아들, 머리는 좀 어때?”

“이제 좀 괜찮아.”

“아들 울지 마, 아빠 금방 갔어. 하루만 더 있으면 퇴원할 거야.”

“응. 엄마”

씩씩한 아들도 길어지는 병원 생활에 지쳐가는 모양입니다. 아들도 저도 금요일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금요일은 수업을 마치자마자 조퇴해서 아들에게 달려갈 거예요. 아무도 저 말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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