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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차원 그녀 Jul 15. 2024

아들이 폐렴에 걸렸다. (2)

퇴원만이 살길이다.

아들도 잠을 설쳤다. 아침 7시 30분 집에 있었으면 간단히 시리얼과 과일로 때웠을 주말 아침밥. 아들이 아침 메뉴를 확인하고 있는 사이 수저를 한 번 더 씻으러 다녀왔다. 근데 아들이 이상하다.

“아들 왜 반찬 뚜껑을 안 열어?”

“엄마, 열 필요가 없어”

“아니 왜?”

“내가 안 먹을 거니까.”

아들의 만류에도 나는 나머지 반찬 뚜껑을 열었다. 깍두기, 고구마순 볶음. 버섯볶음. 버섯은 그나마 아들이 먹을 수 있으니까 두 개만 먹기로 타협했다. 평소 같으면 잔소리 폭탄 깜이지만 오늘은 아프니까 특별히 넘어간다. 다른 집 어머니들은 아픈 애 먹이려고 집에서 반찬도 공수해 오지만 나는 가뿐히 패스한다.  우리집 냉장고엔 가져올 반찬이없다.

    

8시 20분 엑스레이를 찍으러 2층으로 내려갔다. 5층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탔는데, 마지막에 우리가 탔다. 먼저 내린 나는 방사선실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서 줄을 섰다. 그리고 아들이 1번으로 엑스레이를 찍었다. 올라오는 길에 아들이 짜증을 냈다. 그 이유는 당최 납득이 가지 않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가 먼저 엑스레이를 찍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엘리베이터를 먼저 탄 그 사람들이 먼저 탔으니까 줄도 먼저 서서 그 사람들이 먼저 엑스레이를 찍는 게 맞는다는 거다. 참, 별 논리가 다 있다.     


병실로 돌아와 기다리니 8시 30분 무렵 담당 선생님이 회진을 오셨다. 순간 너무 놀랐다. 그동안 아들이 크게 아프지 않아서 동네 소아청소년과 내과를 다녔기에 이 병원은 한 5~6년 만에 재방문한 것이다. 그 사이 선생님께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풍성한 머리카락은 반 이상 날아간 상태였고, 목소리 힘도 없고 수척해 보였다. 아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아들이 이 만큼 성장하는 동안 선생님도 세월을 직격타로 맞으신 듯해 안타까웠다.   

   

아! 이제 오전에 중요한 일들을 모두 끝냈으니 아들에게 집에 가서 밥 좀 먹고 다시 오겠다고 말했다. 아들은 엄마도 피곤할 테니 좀 쉬다 오라며 이야기해 주었다. 집에 가자마자 딸아이가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은 부엌을 치웠다. 어제저녁에 구름빵을 만들어 먹는다고 하더니 먹기만 하고 하나도 치워놓지 않았다. 침대에 자고 있었으면 잔소리 폭탄을 맞았을 딸아이는 다행스럽게 관악부 연습을 하러 가서 없는 상태였다. 운도 참 좋구나. 요거트에 시리얼 토핑 올려서 한 그릇하고 설거지하고 빨래가 다 돌아가기만 기다렸다. 10시 20분 빨래를 건조기에 넣고 침대에 가서 잠깐 눈을 붙이려고 누웠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 딸 방에서 딸아이 목소리가 들리길래 일어나 보니 맙소사! 벌써 1시였다. 냉장고를 털어서 반찬을 양푼에 붓고 밥통의 밥도 털어서 비빔밥을 만들어 점심을 때웠다. 설거지를 막 끝내고 도서관에 반납할 책을 챙겨서 집을 나서려는데 딸아이가 쿠키를 내밀었다.

“엄마, 이거 내가 오늘 관악부 간식으로 받은 건데, 이XX 갖다 줘.”

“아이고, 이런 황송하옵니다. 그건 그렇고 미안한데, 딸 건조기에 수건 가득 들었다. 네가 좀 개서 욕실에 갖다 넣어라.”

“네, 다녀오십쇼. 어머니”     


3탄까지 갈 계획은 아니었는데 오늘도 피곤하네요. 내일을 기약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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