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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차원 그녀 Jul 14. 2024

아들이 폐렴에 걸렸다.(1)

금쪽같은 내 새끼가 아프다. 

수요일에 아들은 동네 병원에서 폐렴 진단을 받았다. 3일 치 약을 처방받고 집에 온 아들은 수요일 하루 학교를 쉬었다. 남편도 나도 바빴고 약만 잘 먹으면 잘 나을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와 달리 목요일 저녁부터 다시 기침 증상이 심해지고 금요일 아침에는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출근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남편에게 아이를 맡겼다. 아동병원에 가서 진료 보고 가능하면 입원을 시키라고 말이다.  

    

아들의 입원 소식을 전해 받은 나는 방과 후에 담임선생님께 종이콜을 드려 통화를 했다. 네. 어머니 그랬군요. 3일 이상 결석을 하면 병원에서 서류를 발급해 주셔야 하는데요. 아! 나도 알고 있는데 선생님의 영혼 없는 목소리와 빠른 본론 전개에 서운함이 밀려왔다. 아들 담임 선생님은 내가 교사인걸 모르니 본인 딴에 친절하게 설명한다고 이야기하신 거겠지. 좋게 생각하자. 나는 우리 반 애들 아파서 결석하고 병원 입원하면 전화도 해주고 문자도 해주는데 내가 지나친 걸까?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들 뭐 하고 있어?”

“그냥 있어. 왜?”

“다인실이라며. 다른 애들도 많아 몇 명이나 있어?”

“몰라. 그리고 조용히 말해. 여기 사람 많아.”

“아니, 지금 자는 시간도 아닌데. 왜 안에서 전화받으면 안 돼?”

“몰라. 뚝뚝뚝.”

이 녀석마저 오늘 엄마를 섭섭하게 한다.      


금요일이니 조퇴를 하고 당장 아들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근데 퇴근 후 연수가 있었다. 벌써 반이나 들었고, 나머지 반을 다 들으면 연수 시간이 인정되는 거라 포기할 수 없었다. 남편은 네가 일찍 오나 늦게 오나 아들은 똑같다며 연수를 다 듣고 오라고 말렸다. 병원 인근에 도착해서 주차할 곳을 찾는다고 두 바퀴나 돌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진짜 우리나라 주차난 장난 아니다. 그리고 마트에 들러 엄마의 미안한 마음을 한가득 담아 아들이 좋아하는 빵과 과자를 샀다.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교무선생님의 급한 전화가 왔고, 상황 확인을 위해 우리 반 학부모에게 전화를 한다고 또 지체를 했다. 내 새끼는 아파서 병원에 누워있는데, 남의 집 자식 걱정에 나는 오늘 하루 종일 동동거렸고, 밤에 학생 엄마와 통화를 하면서 그 엄마의 무책임함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8시가 넘어 허겁지겁 병실에 달려갔더니 아들은 나의 우려와 달리 한껏 폰에 몰입하고 있었다. 다인실 구석에 하루 종일 혼자 있었을 아들 생각을 하면서 나는 마음이 너무 불편했는데 이 녀석은 한껏 신이 나 있었다.


곧 남편도 병원으로 달려왔다. 간이침대도 없고, 아들과 함께 자기에는 침대가 너무 좁았다. 그래서 아이만 두고 집에서 자고 아침 일찍 다시 병원에 오려고 했더니 간호사가 말렸다. 그럼 집에 가서 씻고 짐 좀 챙겨 다시 오겠다고 말하고 병원을 나섰다. 남편과 나는 차에서 우리 아동학대로 걸리는 거 아니냐며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었다. 진짜 방치할 뜻은 없었다. 5학년이면 충분히 혼자 잘 지낼 거라 믿었다. 평균 이상으로 우리는 아이들을 강하게 키워왔기에.      


집에 가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양치를 하고 침낭을 하나 메고 병원으로 갔다. 9시 반쯤인데 벌써 병실의 대부분의 등이 꺼진 상태였다. 커튼을 치고 나는 아들 병상 바로 옆 바닥에 침낭을 펼치고 몸을 뉘었다. 평소 상당히 잠귀가 밝은 편이지만 오늘은 다른 날보다 곱절로 피곤한 날이니 무조건 누우면 곯아떨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밤새 한숨도 못 잤다. 병실에 있던 꼬맹이 세 명이 잘 만하면 돌아가면서 울어댔고, 아들의 기침 소리, 간호사가 3시간 간격으로 열을 재고 아이 상태를 체크하러 오는 바람에 나는 강제 기상을 여러 번 하였다. 토요일 7시 반 강제로 기상을 했다. 아침밥이 왔다. 아들 밥 먹어라.


*이틀 잠을 못 자서 체력 방전입니다. (2) 탄 곧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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