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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차원 그녀 Jul 08. 2024

부부 동상이몽-헬스장편

내 진심은 그게 아니란 말이다. 

남편의 일기

      

40대 가장인 저는 올봄부터 아파트 지하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있습니다. 30대에는 저도 펄펄 날아다녔습니다. 하지만 40대가 되자마자 아내 말마따나 한여름 병든 닭처럼 저의 체력도 시들시들해졌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헬스장을 등록했습니다. 헬스장에는 트레이너도 최신식 기구도 없지만 그래도 저녁에 간단히 운동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특히 중요한 점, 헬스장 이용 비용은 짠순이 아내가 흐뭇하게 만족할 월에 단돈 2만원입니다.     


오늘은 일이 많아서 8시 넘어서 퇴근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소파에 기대어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으니 아내가 빨리 운동을 가라고 성화입니다. 헬스장은 저녁 10시까지 운동이 가능하고 샤워는 10시 30분까지 가능합니다. 시원하게 맥주나 한잔하고 자고 싶으나 아내는 또 이상한 논리를 펼쳐 놓습니다. 운동 안   하면 빨리 죽는다나 어쩐다나. 피곤한 날 운동하면 더 빨리 죽는 거 아닌가요? 운동 안 갈 거면 헬스장 끊으라는 소리도 이제는 지겹습니다. 그래 오늘은 간다.     


아내의 일기 


남편은 의지박약. 3월만 해도 헬스장 등록했다고 의욕이 넘쳤죠. 아침 5시 반부터 헬스장 이용이 가능하니 저녁에 운동을 못하면 새벽에라도 운동가겠다고 큰소리를 뻥뻥 쳤습니다. 헬스장 이용 비용은 관리비에 같이 포함되어서 나옵니다.      


거의 10년째 남편은 매번 금요일마다 풋살 모임을 갑니다. 거기는 풋살장 이용 비용이 있어서 월 3만원의 회비를 냅니다. 금요일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빠지지 않고 갑니다. 불금인데 가지 말고 함께 놀자고 졸라도 매몰차게 갈 때면 서운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헬스장 운동은 어영부영 계속 빼먹고 있습니다.   

   

8시에 퇴근해 오면 저녁 먹고 조금 쉬다가 가면 되는데 피곤해서 쉬겠답니다. 조금 더 늦게 온 날은 일찍 자고 새벽에 갈 거라더니 약속은 몇 번 지킨 적이 없고요. 주말은 주말드라마를 봐야 해서 패스랍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비번 알려줄 테니 나보고 대신 운동하랍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작작 하라고 짜증을 냈습니다. 나는 2만원이 아깝습니다. 그래서 운동 안 할 거면 가서 샤워라도 하고 오라고 등을 떠밉니다. 지하라서 수압이 세다나 어쩐다나 말이라도 못 하면 진짜.      


근데 솔직히 이야기하면 2만원이 아까운 게 아닙니다. 왜소한 몸에 매일 무거운 자동차와 씨름하는 남편은 최근 살이 2kg가량 빠졌습니다. 오늘은 점심도 건너뛰고 일을 했다고 합니다. 허기진 남편은 저녁밥을 2공기나 먹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걱정이 됩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남편이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운동이라도 시켜야 할 것 같아 계속 가시 돋친 말로 남편을 헬스장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저의 이 깊은 마음을 남편이 알 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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