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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차원 그녀 Jul 31. 2024

수강 신청, 그 짜릿함에 대하여

얼마 만에 느껴보는 손맛인지

방학 한 달 전부터 여름방학 동안 들을 만한 연수 관련 공문이 온다그러면 순식간에 내 공람함이 가득 차지일과 후 제목만 보고 스킵 스킵 하다가 하나의 연수에 눈길이 갔다예술교육원 해봄에서 하는 연수였다미술 실기 지도 역량 강화 연수목공품 제작 역량 강화 연수작곡·편곡 역량 강화 연수 3종이었고, 1개만 신청이 가능하다초등교사는 모든 교과를 가르치는 만능 로봇이지만나의 음악적 재능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그래서 일단 작곡·편곡 연수는 패스목공품은 하면 할 수 있겠지만 날 더운데 나무 먼지 마시고 싶지 않으니 그것도 패스마지막으로 남은 미술그래 미술은 그래도 내가 기본은 하지 후훗    

 

그래 미술 실기 연수를 신청하는 거야근데 뭐냐달랑 20명 모집이라고날 더운데 5일이나 가서 하는 연수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그런데 그중 화요일에 아주 매력적인 특강이 있었다시를 위한 몇 가지 질문나태주 특강아니 선생님이 왜 여기서 나오시는 거죠요즘 시도 아닌 시를 끄적거리고 있는 나에게 뭔가 동아줄을 내려주실 것 같은 희망이 부풀어 올랐다나도 시 잘 쓸 수 있어일단 다음 주 월요일 수강 신청부터 성공하고 보자     


하필 수강 신청 시작 시각은 월요일 아침 9시였다아침 9시면 딱 1교시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8시 50분 나는 연수신청 사이트에 들어가 로그인을 먼저 해둔다국어책을 펴 놓고 아이들이 조잘조잘 떠든다음음목소리를 가다듬고 아이들에게 부탁 아닌 부탁을 한다

얘들아오늘 선생님이 아주 중요한 수강 신청이 있어서 그러는데종 치고 딱 1분만 기다려주겠니?”

선생님

미안해빨리 해 볼게!”

딩동 댕동종소리와 함께 정신줄을 부여잡고 수강 신청 버튼을 클릭했다. 10초 만에 수강 신청 마감승인대기중(10사람들이 얼마나 빠른 거지내가 대기 번호 10번이라니.

아이들에게 슬픈 소식을 전했다

얘들아선생님 수강 신청 실패한 것 같아대기 번호 10번이야.”

우와선생님저한테 미리 부탁하셨으면 제가 해드리는 건데저 게임 많이 해서 클릭 엄청나게 빨리 할 수 있거든요다음에 다른 거 신청하실 일 있으면 저한테 꼭 이야기하세요제가 하면 무조건입니다.”

그래고맙다책 펴라공부하자.”     


돌이켜보니 대학 때도 수강 신청 그런 거 성공해 본 적 없습니다선배들이 꼭 피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신 교수님들 수업은 거의 다 들었네요주 3주 4일 수업 듣고 집에 가는 애들은 신이었습니다그렇다고 제가 새벽같이 PC방에 가서 대기하는 열정 그런 것도 보이지 않았으니 할 말은 없습니다만이번에는 총알같이 클릭한 것 같은데 결과가 이러니 씁쓸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7월 초 연수자 명단 확정 공문이 왔는데 말이죠제 이름이 있었습니다무려 제가 10번째였습니다아 승인대기중은 해봄에서 수강 확정 버튼을 누르지 않은 상태라는 말이었군요그런데 모지리 제가 대기 번호 10번으로 오해를 한 것이었습니다아무튼 기분이 날아갈 것 같습니다그리고 우리 반 아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얘들아선생님 저번에 수강 신청한 거 성공했다그것도 무려 10번째로.”

우와어떻게 그게 되죠?”

그러니까평소에 선생님처럼 착하게 살면 다 하늘에서 도와주시는 거야게임 할 시간에 공부나 해!”

선생님이야기 전개가 이상한데요?”

어허책 펴라공부하자.”     


그리고 무사히 저는 방학을 맞이했고 이번 주 열심히 연수를 듣고 있습니다디지털드로잉이라고 아이패드로 그림도 그리고요레진 아트도 체험하고그리고 어제는 나태주 선생님도 만났습니다금은 도자기 체험이 남았습니다이게 다 제가 수강 신청에 성공한 덕분입니다아니죠착한 저희 반 아이들이 제가 수강 신청할 동안 잘 기다려준 덕분입니다. 2학기에는 나태주 선생님이 강조하신 강제독서를 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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