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차원 그녀 Aug 16. 2024

땀 냄새는 오해를 남기고

그 땀 냄새는 제 땀 냄새가 아니옵니다.

아빠가 산림조합에 일을 다니던 학창 시절, 여름에는 예초기를 메고 풀을 베는 작업을 하셨다. 새벽같이 나가서 오후 5~6시쯤 집으로 돌아오시면 아빠 몸에서는 그야말로 쉰내가 났다. 엄마가 코를 움켜잡을 정도로 강력한. 그래도 아빠가 이렇게 더운 날 왜 일을 가시는지 알았기에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아빠는 일하는 중간중간 새참으로 빵과 우유를 드신 모양인데, 꼭 오실 때 빵을 2~3개씩 챙겨다 주셨다. 아마 남은 간식을 보고 자식 생각이 나신 모양이겠지. 항상 간식이 부족했던 동생과 나는 그 빵을 참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동생과 나는 점심 무렵이면 마당에서 커다란 고무 대야에 수돗물을 받았다. 뜨거운 햇볕에 달궈진 물은 아빠가 퇴근하실 무렵이면 따뜻은 아니고 미지근해져 있었다. 집에 온 아빠는 등목하는 것을 좋아하셨는데 우리가 데워놓은 물을 엄마가 바가지로 끼얹어주시면 그렇게 좋아하셨다.      


내일 계곡으로 막바지 물놀이를 가기 위해 남편과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에 왔다. 지하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잡았다. 계속 위로 올라간다. 여러 층에서 서는 거로 보아 아마 택배 배달 중인 모양이다. 한참 만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택배기사는 끌차를 들고 내렸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던 남편과 나는 순간 아찔했다. 엘리베이터에 땀 냄새가 가득했다. 요즘 날이 워낙 더워야 말이지 택배기사는 오늘도 땀을 한 바가지 흘린 모양이다. 뽀송뽀송한 에어컨 바람을 기대했던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1층에서 중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남학생과 엄마가 탔다. 아뿔싸! 그들도 냄새를 맡은 모양이다. 그들과 인사를 주고받고 남편과 구석으로 비켜섰다. 엄마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갑자기 아들의 등을 만져보는 것이다. 아마 냄새가 나서 자기 아들을 의심한 모양이다. 아들의 등이 뽀송한 것을 확인한 아주머니는 우리 쪽을 슬쩍 쳐다보았지만 나는 고개를 떨구고 엘리베이터가 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뭔가 마음이 불편했는데 여기서 ‘이 땀 냄새는 제 땀 냄새가 아니고요. 지하 1층에서 내린 택배기사님 땀 냄새예요.’라고 말하면 더 이상해 보일까 봐 참았다. 그렇게 어정쩡하게 시간을 보내다 우리 부부는 13층에서 내렸다.      


현관을 들어서며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나 억울해. 그 땀 냄새.”

“나도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 생각했어. 18층 사람들은 다 우리 냄새라고 생각하겠구나!”

“그러니까, 근데 그 안에서 이거 우리 땀 냄새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우습잖아.?”

“그건 그래. 이 더운 날 택배 배달하시는 기사님들 진짜 고생하신다.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마.”

“기분 나쁘지 않아. 그냥 오해할 만한 상황이 생겨서 억울한 거야. 나도 기사님들 얼마나 고생하시는지 알아. 14일 택배 없는 날이라고 쉬어서 오늘 아마 물량 더 많았을 거야”      

     

우리가 집에 도착한 시간이 6시쯤이었으니 택배기사님은 언제쯤 퇴근을 하시는 걸까? 기사님 집에도 사랑스러운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들이 기다리고 있겠지. 하루 종일 무거운 상자를 들고 고군분투한 남편과 아빠를 그들이 다정히 맞아주길. 아빠의 땀 냄새는 오늘 하루 열심히 산 훈장이니까. 

작가의 이전글 선풍기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