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한순간 뚱띠가 되었다.
나는 한순간 뚱띠가 되었다. 언제부턴가 시나브로 살이 찌기 시작했다. 그것도 특히 아랫배에만. 나의 배를 본 딸은 엄마는 왜 배에 튜브를 끼고 사냐고 비아냥거렸고, 아들은 그냥 뚱띠라고 했다. 자존심 상했다. 그래서 저녁 8시 이후에는 가급적 음식물 섭취를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잘 빠지지 않았다. 남편은 안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운동을 해야 한다며 또 아는 체를 했다. 자기도 헬스장 밥 먹듯이 빠지면서 큰소리치기는.
아침에 옷을 신경 써서 입었다. 오후에 중요한 일정이 있었다. 작년에 입었던 치마였는데 허리가 땡땡하고 문제는 배가 볼록하게 튀어나왔다. 신경이 쓰여서 윗옷을 좀 내려 입었더니 다리가 더 짧아 보였다. 총체적 난국이네 그려.
출근했다. 모닝 루틴대로 커피 믹스를 한 잔 마시고,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한 마리 하이에나처럼 복도를 어슬렁거렸다. 복도에서 반갑게 인사하는 작년 우리 반 여자아이를 만나 팔짱을 끼고 6학년 2반으로 들어갔다. 담임선생님이 앉아 계시는데 또 난데없이 연기 욕심이 생긴 나는 허접한 대사를 치고 만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저는요. 00이 엄맙니다. 선생님 우리 애가 학교 가기 싫다는데 저하고 얘기 좀 하시지요.” 의자에 앉아계시는 담임선생님이 껄껄껄 웃었다. 교실에 아이들도 한바탕 웃었으니 퇴장하려는 찰나 작년 우리 반 남자아이가 나를 불렀다. 그 아이 가까이 다가갔다.
“왜?”
“선생님 배 보세요.”
“(이 놈이 눈치를 밥 말아먹었나?) 싫어”
“선생님 배 좀 보세요.”
“아놔! 네가 내 배...............”
순간 나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 녀석이 무언가를 누르고 있었다.
“아니! 이거 빨간 불빛 보시라고요.”
“아하! 이거 레이저 불빛 보라는 뜻이야?”
“네.”
“아이참. 나는 또 네가 내 배보고 놀리려고 그러는 줄 알았지.”
“겸사겸사요.”
*저 6학년 2반 선생님이랑 친해요. 막 다른 반에 자주 가서 소란 피우고 하지 않습니다. 오해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