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가 없어서 미안합니다.
퇴근 무렵 교실에서 학교종이 앱으로 아들의 알림장을 확인한다. 덜렁이 아들은 한 번씩 준비물을 놓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확인을 해줘야 한다. 아들에게 전화가 오는 날은 문구점에 들러서 준비물을 사서 가기도 한다. 오늘은 특별한 준비물이 없다. ‘수학 단원평가지 부모님 보여드리고 싸인 받아 오기, 틀린 문제는 오답 노트에 오답 풀이해오기’ 오호라! 아들 오늘 시험 쳤구먼. 아들의 담임 선생님은 매 단원이 끝날 때마다 단원평가를 실시하고 집으로 꼭 시험지를 보내준다.
집에 도착하고 소파에 앉자마자 아들에게 수학 시험지를 가져오라 했다. 아들은 밥 먼저 먹고 확인하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하지만 시험 점수가 궁금했던 나는 얼른 가져오라 재촉했다.
“엄마, 미안해. 이번에 좀 많이 틀렸어.”
“64점? 네가 맨날 집에서 핸드폰 게임만 하더니 수학 점수가 이 모양이구나.”
“아니야. 친구들도 많이 틀렸어.”
“됐고, 방에 들어가서 오답 노트나 해.”
“엄마 오기 전에 오답 노트 다했는데, 나 밥 먹고 게임 1시간...........”
“됐고, 핸드폰 가져와 오늘은 게임 없어. 저녁 준비 다 하면 부를 테니까 방에서 나오지 마!”
저녁을 먹고 나는 거실에서 노트북을 켜서 온라인 연수를 듣고 일을 했다. 그 사이 방문을 열고 나온 아들은 냉장고에서 귤을 꺼내 갔다. 몇 분 후에 또 나온 아들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내 주변을 맴돌았다.
빨리 일을 끝내고 자고 싶었던 나는 아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5분 후 방에 들어갔던 아들이 내 노트북 앞에 정면으로 서서는 따발총처럼 쏟아부었다.
“아니, 엄마는 왜 이렇게 나한테 관심이 없어. 내가 엄마 앞을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한 줄 몰라? 내가 여기 주머니에 손을 계속 넣었다 뺐다 했잖아. 안 이상해? 엄마 촉 좋은 줄 알았는데 아니네.”
“뭐야? 주머니가 왜 이렇게 볼록해? 너 휴대폰 몰래 가져갔어?”
“아니야. 휴대폰 소파에 그대로 있잖아.”
“그럼 주머니에 뭐야? 손 빼봐.”
“이거라고. 내가 30분이나 공들여 준비한 게”
“앗! 정말 비슷하네.”
“어이구, 오늘 내가 엄마 글 쓸 거 1개 만들어 주려고 나름 머리 굴려서 준비했는데, 그냥 다 망했다. 줘도 못 먹네”
거실에서 엄마 관심 끌기를 실패한 아들은 두 번째 작전을 준비했다고 한다. 엄마가 자기 방에 들어올 걸 예상해서 이걸 들고 침대에 엎드려 있었다고 한다.
엄마가 들어와서 잡았다. 요놈. 이러면 속았죠? 쿠쿠루삥뽕 이러려고 했다는. 근데 아무리 기다려도 엄마가 안 와서 자기 발로 걸어 나왔다고 한다.
아들, 너 좀 말이 심하다. 근데 괜찮아. 엄마 생각보다 글 잘 써. 벌써 1편 뚝딱 완성이야. 이번 주 좀 우울했는데 아들 덕분에 기분 좋아졌어^^ 나 이제 비타민 필요 없어. 네가 내 비타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