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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같은 딸에게 아침부터 욕을 먹었다.

암 쏘 소리 벗 알러뷰

by 사차원 그녀

11월은 힘들다. 학예회는 끝났지만 연휴가 하나도 없어서 엄청 고되다. 해까지 짧아져 캄캄한 새벽에 출근하고 컴컴해진 밤에 퇴근하고 있다. 우울하다.


오늘 아침도 지겨운 알람 소리 덕분에 눈을 떴다. 씻고 대충 옷을 챙겨 입었다. 외투, 외투 적당하게 입을 외투가 없다. 번득. 그저께 딸 옷장을 정리하다가 본 가죽 패딩이 눈앞을 스쳤다. 살금살금 딸 방에 들어가 옷을 가져와 입었다. 오홋 나 좀 어울리는 듯.


50분가량 달려서 학교에 도착할 무렵 딸에게 전화가 왔다. 평소 아침에 전화하는 일이 거의 없는 딸이 무슨 일로 전화를 했지?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뜨끔했다.

“음, 음. 딸 웬일이야?”

“엄마, 식탁에 있던 젤리 1개 엄마가 가져갔어?”

“어. 내가 가져갔어. 누구 줄 사람이 있어서.”

“아니. 그거 내 친구 젤리란 말이야. 왜 말도 없이 가져갔어.”

“미안해. 엄마가 아침에 아빠한테 알바비 만원 줬거든. 그거 받아서 학교 가는 길에 사서 가. 미안해”

“뚜뚜뚜”


아~ 젤리였구나! 아침부터 쫄았네. 딸 몰래 입고 간 가죽 패딩은 솜이 많이 들어갔는지 한낮에는 더웠다. 급식소에서 6학년 애가 그랬다. 선생님 너무 일찍 겨울 왔다고. 퇴근 무렵 차 안에서도 입고 있으니 더웠다. 나 너무 앞서가네.


퇴근 후 집에 도착했다. 현관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서는데 딸아이가 뛰쳐나왔다.

“젤리리리~ 아아니, 엄마 이 옷은 또 뭐야!”

“에이, 멱살은 놓고 이야기합시다. 쿨럭”

“경찰 불러”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따님. 잘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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