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 콧물 증상을 보인 아들은 남편과 함께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보러 갔다. 그리고 나는 담임선생님께 학교종이 앱으로 아들의 지각 소식을 전했다. 8시 30분에 병원 접수를 마친 남편은 홀연히 회사로 출근했고, 아들은 혼자 병원 진료하기 미션에 도전하게 되었다. 몇 번 나와 함께 가본 병원이라 아들이 낯설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들은 자기 순서를 확인한 후 진료실에 가서 증상을 설명했다. 진료실을 나와 접수처에 가서 계산하고 처방전을 받은 후 약국에 가서 약까지 야무지게 챙겼다. 남편은 자신이 주고 간 카드 명세가 문자로 발송된 걸 보고 안심했다 한다.
그날 저녁 아들은 퇴근한 나에게 아빠 카드를 보여주며 아빠가 학교 마치고 과자 사서 먹으라고 했는데 과자를 못 샀다며 아쉬워했다. 이런 아들! 엄마도 아직 아빠한테 카드 받아 본 적 없는데 부럽다. 좌우지간 퇴근한 남편은 아들을 불쌍히 여겨 하루의 시간을 더 주었다.
금요일 퇴근하고 집에 오니 식탁에 과자 2 봉지가 올려져 있었다.
“아들, 아빠 카드로 과자 샀어? 친구들 과자 좀 사줬니?”
“내 것만 두 봉지 샀어”
“어제저녁에 친구들한테 쏘고 돈 많이 쓸 것처럼 그러더니 겨우 두 봉지?”
“아빠가 열심히 번 돈으로 그러면 안 될 것 같았어.”
안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온 사이 식탁에 있던 과자 두 봉지가 사라졌다. 이제 저녁 먹을 시간인데, 이 녀석이 기어이 과자를 다 먹는구나! 방문을 확 열어젖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