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강태공

이번에는 월척이네!

by 사차원 그녀

지난주 금요일 저녁을 먹으면서 남편은 빼빼로 데이가 다가오는데 자신은 빼빼로를 받고 싶다고 했다. 누구로부터? 당연히 아내인 나로부터. 하지만 나는 이런 데이 챙기는 거 상당히 싫어한다. 그리고 과자 회사가 만든 이런 상업적인 날에 내가 빼빼로를 사서 그 분위기에 동승하고 싶지도 않다. 이것보다 더 큰 이유는 우리 부모님이 평생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오셨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자주 하시던 ‘쌀값 빼고 다 올랐다.’ 이 말은 농부의 녹록지 않은 삶을 대변하시는 듯하다. 나는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기억한다. 그리고 나는 당일 우리 반 아이들에게 나는 과자는 안 먹고 살아도 밥은 굶을 수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일요일 아침 마트에 간 나는 남편을 골려줄 재미난 생각이 났다. 산처럼 쌓여 있는 빼빼로를 찍어서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마트.jpg

진짜 나는 빼빼로를 사지 않았다. 저녁이 되어 집에 온 남편은 나에게 빼빼로 1통을 내밀었다. 그러고는 거실은 물론 안방에 있는 서랍이란 서랍은 다 열어보는 것이었다.

“여보, 서랍장은 왜 열어보는 거야?”

“당신이 마트에서 빼빼로 사 와서 숨겨 놓았을까 봐.”

“깔깔깔깔깔. 여보 진짜 미안해. 근데 진짜 안 샀어.”

“분명 사 왔을 텐데. 마트에 가서 그냥 왔을 리 없어.”

남편의 반응이 너무나도 웃겨서 나는 다음 주에 꼭 이걸로 글을 쓸 거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남편이 사람들이 내 욕을 엄청나게 할 거라고 말렸다.

“사람들이 왜 내 욕을 해?”

“으, 그 빼빼로 얼마한다고 고마 한 개 사주지. 편의점이나 슈퍼에 내 널린 게 빼빼론데, 밖에 빼빼로데이라고 현수막 붙여놓고 으 막 그리하는데, 지나가다가 그냥 한 개 사주면 아이고 잘먹겠습니다하고 그라지. 그냥 한 개 사주면 되지 남편 놀려서 뭐할 거냐고 욕 할기다.”

“내일 퇴근할 때 휴게소에서 한 개 사서 올게.”

“됐다. 벌써 맘 상했다.”


월요일 아침! 남편은 출근하는 나와 함께 지하 주차장에 내려왔다. 장난을 한 번 더 쳐볼까 싶었지만 이러면 진짜 대판 싸울까 봐 간신히 참았다.

“여보, 퇴근할 때 휴게소 가서 빼빼로 꼭 사 올게.”

“됐거든. 벌써 마음 상했다.”


그러면서 아침에 나한테 이런 카톡을 보냈다.

아침.jpg

쉬는 시간 수시로 카톡을 확인했다. 왜냐면 조마조마하고 초조했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기다리던 카톡이 왔다. 약간 감동한 모양이다.


떡.jpg
가래떡.jpg
무지개.jpg

일요일에 딸아이와 둘 만 집에 남았다. 딸에게 고민 상담을 하니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주는데 아빠 소원 좀 들어주라고 했다. 아 빼빼로 사기 진짜 싫은데, 가래떡 주문이 가능한가 싶어서 동네 떡집을 검색했는데 다행히 한집 찾았다. 사장님께 문자를 보내니 월요일 오전에 배달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그래서 남편을 위한 특별 무지개 가래떡 세트 1개와 흰 가래떡 1되를 주문했다. 나는 딸에게 아빠에게 절대 발설하지 못하도록 함구령을 내렸다. 밤새 딸은 허벅지를 꼬집으며 참았다고 한다.

keyword
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