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월척이네!
지난주 금요일 저녁을 먹으면서 남편은 빼빼로 데이가 다가오는데 자신은 빼빼로를 받고 싶다고 했다. 누구로부터? 당연히 아내인 나로부터. 하지만 나는 이런 데이 챙기는 거 상당히 싫어한다. 그리고 과자 회사가 만든 이런 상업적인 날에 내가 빼빼로를 사서 그 분위기에 동승하고 싶지도 않다. 이것보다 더 큰 이유는 우리 부모님이 평생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오셨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자주 하시던 ‘쌀값 빼고 다 올랐다.’ 이 말은 농부의 녹록지 않은 삶을 대변하시는 듯하다. 나는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기억한다. 그리고 나는 당일 우리 반 아이들에게 나는 과자는 안 먹고 살아도 밥은 굶을 수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일요일 아침 마트에 간 나는 남편을 골려줄 재미난 생각이 났다. 산처럼 쌓여 있는 빼빼로를 찍어서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진짜 나는 빼빼로를 사지 않았다. 저녁이 되어 집에 온 남편은 나에게 빼빼로 1통을 내밀었다. 그러고는 거실은 물론 안방에 있는 서랍이란 서랍은 다 열어보는 것이었다.
“여보, 서랍장은 왜 열어보는 거야?”
“당신이 마트에서 빼빼로 사 와서 숨겨 놓았을까 봐.”
“깔깔깔깔깔. 여보 진짜 미안해. 근데 진짜 안 샀어.”
“분명 사 왔을 텐데. 마트에 가서 그냥 왔을 리 없어.”
남편의 반응이 너무나도 웃겨서 나는 다음 주에 꼭 이걸로 글을 쓸 거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남편이 사람들이 내 욕을 엄청나게 할 거라고 말렸다.
“사람들이 왜 내 욕을 해?”
“으, 그 빼빼로 얼마한다고 고마 한 개 사주지. 편의점이나 슈퍼에 내 널린 게 빼빼론데, 밖에 빼빼로데이라고 현수막 붙여놓고 으 막 그리하는데, 지나가다가 그냥 한 개 사주면 아이고 잘먹겠습니다하고 그라지. 그냥 한 개 사주면 되지 남편 놀려서 뭐할 거냐고 욕 할기다.”
“내일 퇴근할 때 휴게소에서 한 개 사서 올게.”
“됐다. 벌써 맘 상했다.”
월요일 아침! 남편은 출근하는 나와 함께 지하 주차장에 내려왔다. 장난을 한 번 더 쳐볼까 싶었지만 이러면 진짜 대판 싸울까 봐 간신히 참았다.
“여보, 퇴근할 때 휴게소 가서 빼빼로 꼭 사 올게.”
“됐거든. 벌써 마음 상했다.”
그러면서 아침에 나한테 이런 카톡을 보냈다.
쉬는 시간 수시로 카톡을 확인했다. 왜냐면 조마조마하고 초조했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기다리던 카톡이 왔다. 약간 감동한 모양이다.
일요일에 딸아이와 둘 만 집에 남았다. 딸에게 고민 상담을 하니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주는데 아빠 소원 좀 들어주라고 했다. 아 빼빼로 사기 진짜 싫은데, 가래떡 주문이 가능한가 싶어서 동네 떡집을 검색했는데 다행히 한집 찾았다. 사장님께 문자를 보내니 월요일 오전에 배달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그래서 남편을 위한 특별 무지개 가래떡 세트 1개와 흰 가래떡 1되를 주문했다. 나는 딸에게 아빠에게 절대 발설하지 못하도록 함구령을 내렸다. 밤새 딸은 허벅지를 꼬집으며 참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