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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에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나요?

by 사차원 그녀

방학을 며칠 남겨두고 찾아온 크리스마스이브. 이런 날은 그냥 아이들도 공부가 안된다. 크리스마스가 뭐라고 다들 산타라도 기다리나 몰라. 우리 반에서 제일가는 말썽꾸러기 P군이 태어나서 자기는 한 번도 선물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는 분명한 어투로 산타는 없다고 말했다. 유치원 때 친구 엄마가 산타는 없다고 말해주었다나 뭐라나. 그래서 나는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다. 착한 애들은 다들 선물을 받는다고. 네가 내년에 말썽 안 부리고 착하게 지내면 분명 산타가 너희 집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이다. P군이 어떤 말썽을 피웠는지는 비밀이다. 근데 내가 산타라도 선물 못 줄 정도로 1년 내내 날 힘들게 했다. 부디 내년에는 우리 P군 집에도 산타가 방문하길 바란다.


4교시에는 아이들과 함께 학교 주변 쓰레기 줍기를 했다.

줍깅 집게는 2학년 선생님께 빌렸다. 줍깅 집게를 본 아이들은 고기 불판 집게랑 무슨 차이가 있냐고 물었는데 진짜 똑같았다. 비닐봉지는 그저께 산 생분해 비닐봉지를 나눠주었다. 뭔가 환경에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사봤는데 말 그대로 생분해되기에는 갖춰야 할 조건이 많았다. 다음부터는 꼼꼼하게 따져보고 구입해야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P-TwvB4b_rk&t=83s


학교 화단, 운동장, 통학로 근처까지 쓰레기를 주워도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나머지 시간은 교실에서 가져온 축구공으로 축구를 했다. 공을 3개나 투입했다. 그냥 1명이 골키퍼하고 나머지는 다 공격수였다. 평소에는 축구에 관심도 없던 여자아이들이 엄청 열심히 했다. 분명히 겨울인데 아이들이 덥다며 난리를 쳤다. P군은 내 다리가 짧다며 그래서 패스 한 공을 똑바로 못 받는다며 나를 놀렸다. 이러니 산타에게 선물을 못 받지!!


종이 쳐서 우리는 교실로 갔다. 손을 씻고 줄을 서서 급식소로 이동했다. 우와 오늘 급식소도 한껏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냈다. 조리사님과 조리실무원님들이 머리에 빨간 머리띠를 하고 계셨다.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잘 보내라는 덕담과 식판에 특별식을 가득 담아주셨다. 오늘 메뉴는 친환경 쌀밥, 페스츄리양송이수프, 양상추키위샐러드&딸기드레싱, 경양식돈가스&데미그라스소스, 산타 케이크, 깍두기다. 페스츄리양송이수프는 종이컵에 수프가 담겨있고 위에는 빵으로 덮여있다. 빵을 떼서 수프에 찍어 먹으니 꿀맛이었다. 이 메뉴가 쿠우쿠우에서 나오는 음식이라는데 아이들은 엄청나게 신기해했다. 그다음으로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은 단연 산타 케이크였다.


내 앞에 앉은 아이가 산타 케이크를 맛있게 먹길래 갑자기 장난을 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00아, 이 케이크 맛있지?”

“네, 엄청 달콤해요.”

“이거, 000 선생님이 특별 주문해 주신 거래. 너희들 먹으라고.”

“진짜요. 000 선생님이요? 이거 다 하면 엄청 비쌀 텐데.”

“응, 거짓말이야.”

“아이, 선생님 뭐예요.”

“조용히 해. 저기 먹잇감 온다.”

마침 퇴식구에서 식판을 정리하고 여자 아이 1명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아, 너 케이크 맛있게 먹었니?”

“네.”

“내가 놀라운 이야기를 해 줄게. 이 케이크 000 선생님이 전교생한테 쏘는 거래.”

“에이, 000 선생님이 왜요? 거짓말하지 마세요.”

“진짜라니까, 00아 네가 말 좀 해 봐. 너도 들었잖아”

“맞아. 이거 진짜 000 선생님이 특별 주문하신 거래.”

“저어기, 000 선생님 식사하고 계시네. 네가 우리 반 대표로 가서 선생님 케이크 잘 먹었습니다. 인사하고 오렴.”

“제가요? 00아 같이 가자.”

“아이, 나는 밥 먹고 있잖아. **아 네가 다녀와.”

우리의 성화에 **이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000 선생님 곁으로 다가갔다. 우리는 그 모습을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다. **이가 뭐라 뭐라 말을 하자 000 선생님이 고개를 저으셨고, 그 앞에 앉은 선생님은 갑자기 눈이 커졌다. **이는 우리 쪽을 쳐다보았고, 나는 고개를 숙였다. 총총총 우리 자리로 돌아온 **이는 기가 차는지 헛웃음을 지었다.

“아니, 선생님, 어디서 이런 거짓말을 하시는 거죠?”

“솔직히, 네가 믿을지 몰랐어. 미안해. 하하하하.”



000 선생님은 저의 하나뿐인 동학년 선생님이십니다. 평소 자신이 차은우라고 우기시는데 아이들에게 아주 인기가 많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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