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며칠 남겨두고 찾아온 크리스마스이브. 이런 날은 그냥 아이들도 공부가 안된다. 크리스마스가 뭐라고 다들 산타라도 기다리나 몰라. 우리 반에서 제일가는 말썽꾸러기 P군이 태어나서 자기는 한 번도 선물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는 분명한 어투로 산타는 없다고 말했다. 유치원 때 친구 엄마가 산타는 없다고 말해주었다나 뭐라나. 그래서 나는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다. 착한 애들은 다들 선물을 받는다고. 네가 내년에 말썽 안 부리고 착하게 지내면 분명 산타가 너희 집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이다. P군이 어떤 말썽을 피웠는지는 비밀이다. 근데 내가 산타라도 선물 못 줄 정도로 1년 내내 날 힘들게 했다. 부디 내년에는 우리 P군 집에도 산타가 방문하길 바란다.
4교시에는 아이들과 함께 학교 주변 쓰레기 줍기를 했다.
줍깅 집게는 2학년 선생님께 빌렸다. 줍깅 집게를 본 아이들은 고기 불판 집게랑 무슨 차이가 있냐고 물었는데 진짜 똑같았다. 비닐봉지는 그저께 산 생분해 비닐봉지를 나눠주었다. 뭔가 환경에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사봤는데 말 그대로 생분해되기에는 갖춰야 할 조건이 많았다. 다음부터는 꼼꼼하게 따져보고 구입해야겠다.
학교 화단, 운동장, 통학로 근처까지 쓰레기를 주워도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나머지 시간은 교실에서 가져온 축구공으로 축구를 했다. 공을 3개나 투입했다. 그냥 1명이 골키퍼하고 나머지는 다 공격수였다. 평소에는 축구에 관심도 없던 여자아이들이 엄청 열심히 했다. 분명히 겨울인데 아이들이 덥다며 난리를 쳤다. P군은 내 다리가 짧다며 그래서 패스 한 공을 똑바로 못 받는다며 나를 놀렸다. 이러니 산타에게 선물을 못 받지!!
종이 쳐서 우리는 교실로 갔다. 손을 씻고 줄을 서서 급식소로 이동했다. 우와 오늘 급식소도 한껏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냈다. 조리사님과 조리실무원님들이 머리에 빨간 머리띠를 하고 계셨다.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잘 보내라는 덕담과 식판에 특별식을 가득 담아주셨다. 오늘 메뉴는 친환경 쌀밥, 페스츄리양송이수프, 양상추키위샐러드&딸기드레싱, 경양식돈가스&데미그라스소스, 산타 케이크, 깍두기다. 페스츄리양송이수프는 종이컵에 수프가 담겨있고 위에는 빵으로 덮여있다. 빵을 떼서 수프에 찍어 먹으니 꿀맛이었다. 이 메뉴가 쿠우쿠우에서 나오는 음식이라는데 아이들은 엄청나게 신기해했다. 그다음으로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은 단연 산타 케이크였다.
내 앞에 앉은 아이가 산타 케이크를 맛있게 먹길래 갑자기 장난을 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00아, 이 케이크 맛있지?”
“네, 엄청 달콤해요.”
“이거, 000 선생님이 특별 주문해 주신 거래. 너희들 먹으라고.”
“진짜요. 000 선생님이요? 이거 다 하면 엄청 비쌀 텐데.”
“응, 거짓말이야.”
“아이, 선생님 뭐예요.”
“조용히 해. 저기 먹잇감 온다.”
마침 퇴식구에서 식판을 정리하고 여자 아이 1명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아, 너 케이크 맛있게 먹었니?”
“네.”
“내가 놀라운 이야기를 해 줄게. 이 케이크 000 선생님이 전교생한테 쏘는 거래.”
“에이, 000 선생님이 왜요? 거짓말하지 마세요.”
“진짜라니까, 00아 네가 말 좀 해 봐. 너도 들었잖아”
“맞아. 이거 진짜 000 선생님이 특별 주문하신 거래.”
“저어기, 000 선생님 식사하고 계시네. 네가 우리 반 대표로 가서 선생님 케이크 잘 먹었습니다. 인사하고 오렴.”
“제가요? 00아 같이 가자.”
“아이, 나는 밥 먹고 있잖아. **아 네가 다녀와.”
우리의 성화에 **이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000 선생님 곁으로 다가갔다. 우리는 그 모습을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다. **이가 뭐라 뭐라 말을 하자 000 선생님이 고개를 저으셨고, 그 앞에 앉은 선생님은 갑자기 눈이 커졌다. **이는 우리 쪽을 쳐다보았고, 나는 고개를 숙였다. 총총총 우리 자리로 돌아온 **이는 기가 차는지 헛웃음을 지었다.
“아니, 선생님, 어디서 이런 거짓말을 하시는 거죠?”
“솔직히, 네가 믿을지 몰랐어. 미안해. 하하하하.”
000 선생님은 저의 하나뿐인 동학년 선생님이십니다. 평소 자신이 차은우라고 우기시는데 아이들에게 아주 인기가 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