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봉을 주고 떠난 산타

산타가 누구인지 왜 말을 못 해?

그래요. 이번 해 아니고 지난해에도 저희 집에는 산타가 왔습니다. 산타가 왔는대요. 이상한 선물을 주고 떠났습니다. 산타가 많이 피곤한 모양입니다. 특이하게도 이번에는 남편 선물까지 챙겨 왔지 뭡니까? 억울하지 말입니다. 우리 집에서 젤 착한 사람은 전데 말이죠. 왜 내 선물은 안 가져다주는 겁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남편, 딸, 아들 모두 산타의 정체를 아는 것 같은데 입을 떼지 않는다 말입니다. 여러분은 산타가 누구인지 추리가 가능하시겠습니까? 차례대로 저희 집에 온 세 통의 편지를 공개합니다.

1. 아들에게 온 편지

이** 어린이에게

안녕하세요? 이** 어린이 딱 1년 만입니다.

1년 동안 건강하게 잘 지냈나요?

이번 해에도 비싼 레고 선물을 받고 싶다고 연락을 받았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약소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 어린이는 평소 용돈을 아껴 쓰니 조금만 더 모으면 원하는 레고를 충분히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내년에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됩니다. 세월 참 빠르네요.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즐거운 추억 많이 만들기 바랍니다. 그리고 공부도 열심히 하면 더 좋겠지요!!

어머니께서는 ** 어린이에게 휴대폰을 사주신 걸 엄청나게 후회하고 계십니다. 중요한 할 일부터 먼저 하고 휴대폰을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겠습니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국제경기가 좋지 않을 전망이므로 ** 어린이에게 원하는 선물을 가져다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산타를 기다리며 착한 일 많이 하며 1년 동안 건강하게 잘 지내요. 내년에도 꼭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산타 씀

2. 딸에게 온 편지

이$$ 어린이에게

안녕하세요? 이$$ 어린이 반갑습니다.

이$$ 어린이는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으면서 또 선물은 기대하는 참 희한한 어린이입니다. 6학년이라 이제 어린이로서 마지막 선물을 보냅니다.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읽기에 이 산타는 너무나 늙었습니다. 그래서 이$$어린이가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도록 작은 용돈을 보냅니다. 꼭 마음에 드는 물건을 구입하면 좋겠습니다.

산타가 사는 이곳도 춥지만 대한민국도 요즘 엄청 춥습니다. 감기로 2주째 고생하는 이$$ 어린이 빨리 낫길 빕니다. 내년에 중학교에 가서도 새로운 친구들 많이 사귀고 즐겁게 생활하기 바랍니다. 이 산타의 편지가 어른이 된 이$$에게 큰 추억이 되면 좋겠습니다. 항상 행복하길 바라요.

산타 씀

3. 남편에게 온 편지

이^^ 님에게

안녕하세요? 이^^ 님 저는 산타입니다.

어린 시절 이^^님은 아주 착한 어린이였다고 하던데 저 산타를 만나지 못했다니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제야 당신을 찾아왔습니다. 큰 선물은 아니지만 당신에게 작은 기쁨이면 좋겠습니다. 매일 밤 숙면을 기도합니다.

올 한 해도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한 당신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당신 덕분에 가족들의 삶이 더 윤택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하나 아무리 바쁜 와중에도 명심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가정이 평안해야 모든 일이 잘된다고 했습니다. 항상 가족들을 먼저 챙겨주세요.

또한 한 말씀 올리자면 내년에는 겉모습뿐만 아니라 내면을 가꾸는 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좋은 책도 많이 읽으시고, 여유가 생기면 이웃을 위해 기부도 하는 멋진 1년을 계획해 보세요. 건강 잘 챙기시고요. 항상 당신을 응원합니다.

산타 씀

금일봉을 받은 아들과 딸은 왜 저를 보면서 씩 웃는지 모르겠습니다. 산타가 가져다준 남편의 선물은 베개였습니다. 티브이 앞에 놓인 선물을 남편은 30분이나 못 찾았다는 웃진 못할 사연이 있습니다. 산타는 환경을 끔찍이 생각하는 게 틀림없습니다. 선물 포장도 안 하고 저대로 던져놓으니 우리 집에 원래 있던 물건이라고 남편은 착각을 했다고 합니다. 30분 만에 선물을 발견(?)한 남편은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습니다. 근데 말이죠! 자기는 왜 금일봉을 안 주냐고요? 양심이 없습니다. 진짜.

아무튼 내년, 아니 2025년에는 산타가 저에게도 큰 선물을 하나 던져 주고 가길 두 손 모아 빌어봅니다.

쉿! 산타의 존재를 눈치채셨다고요! 비밀로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