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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김치 오마카세가 뭐야?

어머니가 차린 밥상에 젓가락만 놓았습니다.

by 사차원 그녀

새해라고 아주버님이 시골에 내려오셨다. 남편과 아들과 함께 하동에 갔다. 점심을 먹고 집에 간다고 하니 또 어머니께서 반찬거리를 한 짐 싸주셨다. 분명 2주 전쯤 김장을 했는데 또 김치가 나왔다. 백김치와 총각무, 갓김치까지 챙겨주셨다. 어머니 김치는 맛이 깊다. 그래서 다른 음식은 주변에 좀 나눠 먹는데 김치는 절대 남에게 나눠주지 않는다. 3년 전쯤 어머니의 김장 김치를 지인에게 서너 포기 맛 보여준 적이 있는데 그때 그 사람 눈 돌아가는 거 보고는 아차 싶었다. 맛있는 거 나만 먹고 싶어요. 그 외 배추 시래기와 냉동 밤, 귤, 통배추도 1 포기 챙겼다. 배추 시래기는 어머니께서 삶고 된장을 넣고 버무려서 한 끼 분량씩 얼려주신다. 요것은 국이 없을 때 멸치 육수만 내고 한 덩이 넣어서 끓인 후 간만 해주면 아주 시원하고 간편한 국이 완성된다.

오후 늦게 집에 왔더니 아침에 먹던 떡국만 소량 남았고 먹을 게 없다. 오늘 오전에 어머니와 형님과 <냉장고를 부탁해> 프로그램을 감명 깊게 보았다. 우리 집 냉장고도 열어보니 온통 김치만 가득하다. 뭐 김치 명인 냉장고도 아니고. 그래서 간편하게 오늘 저녁은 김치 오마카세라고 가족들에게 선언했다. 아들이 김치 오마카세가 뭐냐고 물어보길래 그냥 냉장고에 있는 김치 종류별로 다 꺼내서 밥 먹을 거라고 했다. 아들은 저녁 식사를 포기한다고 했다. 아들은 김치 알레르기가 있다. 아들은 김치만 보면 식욕이 팍팍 떨어진다고 한다. 평소에도 자기 앞에 놓인 김치는 멀찍이 다른 가족 앞으로 밀어주는 녀석이다. 아들은 냉동실 순댓국을 데워서 먼저 저녁을 먹었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김치 오마카세라고 그 비슷한 메뉴의 음식을 파는 곳이 여럿 있었다. 큰 접시에 4-5가지 김치를 올려주고 두부나 수육 정도를 곁들어 내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우리 집 냉장고에는 두부도 수육을 할 돼지고기도 없다. 낙지 같은 것도 없으니 급식 대가님이 프로그램에서 만들었던 낙지 김치찜도 만들 수 없다. 때마침 시골에서 가져온 배추가 눈에 띄지 뭔가! 아 배추전이나 해볼까? 매년 겨울마다 해 먹는 음식이기는 하나 좀 더 맛있게 먹기 위해 유튜브를 켜서 레시피를 1번 더 확인한다.

https://youtu.be/jN6rB-bUQXM?si=akPNbi1tIPIHKTT8


기름을 올리고 부침가루를 묻힌 배추를 팬에 놓으니 지지직거린다. 식용유에 노릇하게 익어가는 배추전이 먹음직스럽다. 식사를 하러 나온 딸아이는 밥이 많다며 투덜거린다. 그러면서 시골에서 가져온 김치를 하나하나씩 맛보며 배추전이나 더 부쳐오라고 한다. 김치를 다섯 가지나 대령했는데 남편은 잠깐이라며 나를 부른다. 그러면서 빨리 깍두기를 꺼내 달라고 한다. 이 깍두기는 남편의 최애 반찬으로 남편은 고기 없어도 밥은 먹으나 이 깍두기 없인 밥을 먹을 수 없다며 고기 대신 깍두기를 달라며 부르짖는 그런 깍두기이다. 특별할 건 없다. 어머니께서 깍두기를 다 버무리신 후에 양껏 사이다를 뿌려주신다. 그래서 진짜 설렁탕집 깍두기처럼 새콤 아삭하다. 배추전을 2장이나 먹어 치운 딸아이는 밥도 싹 다 먹었다. 고기는 1도 없지만 김치만으로 행복한 새해 첫날 한 끼 잘 먹었습니다.

배추전 쉽죠? 맛있죠!

순서대로 배추김치, 백김치, 총각김치, 파김치, 갓김치

깍두기는 사이다이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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