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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 책 읽어주러 갑니다. (2)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by 사차원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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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의 후속편 쯤 됩니다.


오늘은 매달 1번씩 책 읽어주기를 하러 지역의 장애인 복지시설을 방문하는 날입니다. 이번 달이 올해 마지막 활동이 되겠습니다. 지난주까지 목이 계속 쉬어서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이번주는 멀쩡합니다. 2년째 책 읽어주기를 하고 있는데 갈수록 더 잘하고 싶습니다. 작은 몸에 비해 목청 하나는 타고났는데 어떻게 하면 책을 더 맛깔나게 읽을 수 있을까요? 그것이 진심으로 궁금합니다.


오늘도 아들은 용돈 만원에 엄마의 책 읽기 짝꿍으로 당첨되었습니다. 내년부터는 진짜 손절이라는데 엄마인 저는 그저 아쉽습니다. 좌우지간 아침 일찍 아들을 깨워서 밥을 먹이고 책 읽기 연습에 돌입합니다. 하반기부터는 아들과 저는 그림책을 읽고 있습니다. 오늘 읽어줄 책 2권은 김유 작가의 <개욕탕>과 마크 서머셋의 <핫초코가 좋아요>입니다. <개욕탕>은 아들과 한쪽씩 번갈아 가면서 읽기로 하고, <핫초코가 좋아요>는 메메와 칠칠이 두 동물이 나오니까 역할을 정해서 읽기로 했습니다. 저는 메메 아들은 칠칠이. 책 읽기 연습을 마치고는 마음 열기로 함께 부를 겨울바람 동요에 맞춰 율동 연습을 합니다. 동작이 간단해서 아들은 금방 따라합니다.


집을 나서면서 크리스마스도 얼마 안 남았고 해서 마트에 들러서 간단한 간식을 사가기로 했습니다. 아들은 우리 집 빚도 많은데 이렇게 돈을 펑펑 쓰냐고 핀잔을 줍니다. 그럼 네 용돈으로 사갈래라고 묻자 갑자기 조용해집니다. 제가 픽한 간식은 요구르트와 초코파이입니다. 요구르트는 개욕탕에서 목욕 후에 개들이 요구르트를 한 개씩 먹는 장면이 나와서 준비했고, 초코파이는 음 핫초코 대용으로 메메 똥으로 만든 파이라고 생각하고 샀습니다. 너무 더럽나요?


차를 타고 10분쯤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함께 책 읽기를 하는 J님과 S님이 저희를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J님은 초등학교에서 영어 선생님을 하고 계시는데 학교에서 산타 모자와 산타가방을 빌려오셨습니다. 산타 선물 가방에 마침 초콜릿을 채워오셨길래 제가 사간 요구르트와 초코파이도 털어서 함께 넣었습니다. 가방이 빵빵하니 아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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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은 복지시설의 사정으로 인해 책 읽어주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2달 만의 방문이라 약간 낯설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습니다. 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섰더니 엄청 반갑게 맞아주시네요. 손도 잡아주고 나와서 안아주기까지 합니다. 아이가 둘인 제가 여기서는 아이돌입니다. 먼저 선물 보따리부터 풀면 산만해져 집중을 안 할 듯싶어 선물은 마지막에 나눠주기로 합니다.


J님의 진행에 우리는 먼저 다 함께 겨울바람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합니다. 어제저녁에도 한번 보고 오늘 아침에 아들과도 연습했는데 또 헷갈립니다. 댄스 가수하기는 글렀습니다. 앞에 앉아있는 친구들(어르신)들을 일으켜 세워 같이 율동을 합니다. 뭐 동작이고 뭐고 박수만 함께 쳐도 즐겁습니다.


그다음 아들과 저는 사이좋게 그림책 2권을 읽어주었습니다. 개욕탕을 다 읽고 앞에 앉은 00 씨에게 요구르트를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요구르트는 애들(우리 아들 같은)이나 먹는 거라고 말을 해서 “그래요.”하며 천연덕스럽게 웃어넘겼습니다. 핫초코는 좋아요는 메메와 칠칠이의 대사만으로도 참 유쾌한 책입니다. 마지막에 아로마테라피가 나오는데 메메가 방귀를 뿡 뀌고 칠칠이와 메메는 방귀 향기에 취해서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그 사이 내팽개쳐진 핫초코는 지나가는 개가 홀짝홀짝 마시고 이야기가 끝납니다. 이야기를 잘 들어준 친구들에게 시커먼 음료수가 나오면 꼭 냄새를 맡아보고 마시라고 신신당부하며 이야기를 끝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S님이 옛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책 제목은 <방귀쟁이 며느리>입니다. 우리가 사전에 의논한 것도 아닌데 방귀 이야기로 이어지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여기도 며느리와 시아버지의 대사가 많이 나오는데 S님이 전라도 출신이라 사투리를 정말 기깔나게 살려서 듣는 내내 귀가 행복했습니다.


책 읽기를 끝 마친 시간은 11시 5분 무렵, 복지사님께 여쭤보니 지금쯤 간식을 먹어도 괜찮다고 하셔서 가져간 간식을 나누어주었습니다. 친절히 요구르트에 빨대까지 꽂아 주고요. 초코파이와 함께 배달했습니다. 아까 요구르트는 애들이나 먹는 거라고 말한 00 씨에게 요구르트 안 먹을 거냐고 물어보니 먹을 거랍니다. 그리고는 제가 빼앗아 갈까 봐 단숨에 쪽 빨아 삼킵니다. 목욕 후에 요구르트도 참 맛있지만 책 읽고 함께 먹는 요구르트도 참 맛나지 말입니다.


우리는 산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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