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어린이날이었지만, 우리 집 어린이는 부모와의 외출을 거부하였고, 남편과 나는 황매산 등반을 마치고 집 근처 절로 갔다. 남편이 등을 달아놓은 절에 가서 부처님께 절도하고 점심도 배불리 먹었다. 차를 돌려 나오는 인근에 어마어마한 절이 보였다. 여기는 큰어머니가 다니시는 절인데 옛날에 젊을 때 한번 따라가 본 기억이 있다. 남편은 궁금하다며 저기도 가보자고 했다. 벌써 배도 부르고 집에 가서 낮잠이나 자고 싶었던 나는 내키지 않았지만 따라나섰다. 계단을 올라가는데 진짜 큰어머니를 만났다. 큰어머니는 절의 행사 진행을 돕고 계셨다. 절을 다하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저기에 팔찌 만들기도 하고 불경 필사도 한다며 놀다 가라고 하셨다. 음, 그래 아이들을 위해 팔찌나 하나 만들어 볼까? 다 만들고 나니 옆 테이블에 붓펜으로 글씨를 따라 적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부처님 좋은 말씀이나 따라 써볼까 하고 시도했는데 팔 빠지는 줄 알았다. 남편은 나보다 짧은 글을 택해서 금방 끝났다.
집에 가져온 필사 종이를 어딘가에 붙여 놓고 싶은데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근데 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까웠다. 그래서 거실 테이블에 처박아 두었는데 갑자기 어제저녁에 이걸 학교에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아침 학교에 간 나는 부처님의 좋은 말씀을 널리 알리기 위해 연구실 게시판에 붙여 놓았다.
원래 이런 용도가 아니긴 하지만 딱히 지금 더 게시할 것도 없었다. 아침 일찍 온 4학년 선생님은 “음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겨 있군요! 두 번 정도 읽어야 이해되겠어요 ”라며 나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다음 들어온 나의 대학 동기 오빠 연구부장님(체육선생님)은 나의 심오한 선물에 나름 만족해하는 것 같았다. 참고로 2층 연구실은 연구부장님의 연구공간이면서 교사휴게실 역할을 하고 있다.
수업을 다 마치고 연구실에 갔더니 이상한 글이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고, 누군가 필사를 한 흔적이 보였다. 엥? 이거 뭐야! ㅋㅋㅋㅋㅋㅋ연구부장님이 나의 동학년 이선생님의 가르침을 옮겨 놓은 글이었다. 그걸 교무선생님이 붓펜으로 필사를 했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잘 썼냐고 물었더니 본인은 이선생님이 불러주시는 대로 받아 적기만 했다는 것이다. 이런 완전 글쓰기 천재인데?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삶 >
변기 뚜껑의 비유
JG경 | 5장 15절
JG 말씀하시길 "글씨는 접시와 같아 맛있는 음식을 더욱 빛나게 해 준다." 하였다. "만일 변기 뚜껑에 맛있는 음식을 담으면 맛있게 느낄 수 있겠는가?" 하며 물으니 제자 모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한 제자가 공책을 내밀며 "이것이 저의 최선입니다." 하니 이에 JG "만일 누군가 네게 총부리를 겨누며 이보다 예쁘게 쓰라 하면 과연 이보다 잘 쓸 수 없겠는가"하며 물으니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였다.
이어 말씀하시길 "이는 네가 다한 최선이 아니니 목숨이 오가는 일이라 생각하며 더욱 최선을 다하라." 하니 제자 모두 고개 숙여 글씨를 썼다 한다.
나름 경쟁 심리에 나도 명언글을 한 편 썼는데 변기 뚜껑을 이길 수가 없다.
<참 스승의 큰 가르침>
체육 수업의 가르침
SH경❘ 1장 1절
체육 수업이 끝나면 체육 티처 SH 말하길 “오늘 다친 사람 있나요?”하였다. 제자들 모두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이에 SH 티처 다시 묻는다. “몸 말고요. 혹시 마음 다친 사람 있나요?”제자들 모두 눈알을 굴리며 아무 말이 없다. 조용히 이어지는 말씀을 기다린다.
“체육 시간에 다친 몸은 병원 진료와 적절한 휴식을 취하면 어떻게든지 회복이 됩니다. 하나 마음이 다치는 것은 회복 기한을 단정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친구에게 무심코 던진 비난의 눈길, 탓하는 말, 거친 욕설은 친구의 마음을 다치게 합니다. 과연 우리가 체육 시간에 조심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곰곰이 생각해 봅시다.”
이후 SH 티처의 체육 시간에는 몸과 마음이 다치는 학생 없이 항상 웃음꽃이 피어났다 한다.
곧 가을에 우리 연구실에서 백일장이 열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