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씨와 맞바꾼 시 수업

해바라기씨가 그렇게 맛있다고요?

by 사차원 그녀

마지막 수업을 남겨두고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아들, 내일 쫀드기 쌤이랑 하는 마지막 수업인데 안 섭섭해?”

“응”

“왜 안 섭섭해?”

“왜 내가 꼭 섭섭해야 해?”

이런 인정머리 없는 놈이 제 아들입니다. 저는 요즘 이별이 그 누구보다 두려운 사람인데 말이죠.

3번의 수업에서 아들은 시를 잘 쓴다며 쫀드기 쌤께 칭찬을 많이 받았습니다. 갈수록 저의 기대감은 켜져갔고요. 그와 더불어 쫀드기 쌤을 향한 저의 존경심도 커져갔습니다.


오늘 시 쓰기 주제는 나의 주변인입니다. 가까운 교실의 친구부터 아파트, 동네 이웃도 해당이 되겠네요. 쫀드기 쌤은 아이들과 시를 쓰기 전에 한참 이야기를 나눕니다. ‘네 짝지는 어떤 애야?, 걔는 어떤 점이 착해?’ 아이들의 대답을 그 누구보다 경청해 주시고, 대답이 불충분하면 또 다른 추가 질문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그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절로 감탄이 쏟아집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이 시를 쓸 포인트를 탁 짚어주십니다.


아들은 우리 집 바로 위층에 사는 같은 반 친구 이야기를 했습니다. 가끔 윗집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날이 있습니다. 그러면 다음 날 아침 학교에 가서 그 친구에게 “너 어제 좀 뛰더라”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친구가 “미안해”라며 사과했고요. 맙소사! 꿈에도 상상치 못한 이야기입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우리 집 층간소음이 더 심합니다. 아들 발소리가 더 큽니다. 우리 아들의 발소리를 너그러이 참아주고 계시는 1201호 이웃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저는 이 모든 수업을 도서관 출입문 밖에 쪼그려 앉아 듣고 있습니다. 아들이 저에게 절대 안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했거든요. 엄마가 들어오면 시 쓰기에 집중할 수가 없다니, 더럽고 치사하지만 수험생 엄마의 마음으로 다 들어줍니다. 그런데 오늘은 아들이 이상합니다. 옆에 3학년 까불이 동생이 앉은 것부터 이상하고요. 그다음은 해바라기씨가 문제입니다. 앞 시간 동생이 가져온 해바라기씨를 수업 시작 전에 몇 개 맛보았습니다. 그러고는 시 쓰는 중간중간 해바라기씨를 계속 까고 먹고 까고 먹고 무한 반복입니다. 선생님은 상당히 눈치가 빠르십니다. “어어, 오늘 해바라기씨 때문에 시 쓰기가 안 되는데, 인제 그만 먹고 치우자.”


벌써 수업 시간은 막바지에 다다랐고 아들은 대충대충 시를 완성했습니다. 자기도 그걸 아는지 발표하는데 목소리가 평소보다 작습니다. 선생님께서도 매우 아쉬우신지 오늘은 뒷이야기가 짧으시네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들에게 화를 냈습니다.

“선생님이 멀리 거제도에서 오시는데, 그리고 오늘 마지막 수업인데, 해바라기씨에 정신이 팔려서 응? 그러면 돼, 안돼?” 뒷말은 생략하겠습니다.


쫀드기 쌤께 바치는 아들의 시입니다.


<해바라기씨>

오늘 시 수업을 갔는데

어떤 애가 해바라기씨를 주어서

해바라기씨 까고 먹는다고

수업을 망쳤다

또 까먹고 싶은 마성의 맛

또 먹고 싶다

선생님 죄송해여, 그치만 맛있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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