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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청소는 언제 하는 겁니까?

세상에서 청소가 가장 어렵습니다.

by 사차원 그녀

몇 달 전에 언니가 인스타에서 사진을 1장 캡처해서 보낸 적이 있었다.

“이거 혹시 00이 방 사진 아니야?”

“뭐야, 뭔데. 나 이런 거 올린 적 없는데.”

나는 그날 진짜 놀랐다. 벽지 색깔, 가구와 책상 배치까지 딸아이 방과 너무 똑같아서 누가 우리 집에 몰래 와서 사진을 찍어간 줄 알았다. 책상 위에 쌓인 물건이며, 바닥에 널브러진 옷가지에 그 집에도 쓰레기 요정이 사는 모양이었다. 그렇다. 딸아이는 만사가 귀찮은, 그중에 청소가 가장 귀찮다는 사춘기 소녀다.


지난주 토요일 저녁 둘째 시누가 우리 집에 왔다. 평일에는 장거리 출퇴근에 줌바 수업까지 가니 진짜 집이 돼지우리 수준이다. 토요일 오전 도서관에서 시 쓰기 수업을 듣고, 선생님과 식사와 커피까지 같이 마시고 생각 없이 집에 오니 오후 4시였다. 남편은 청소 그딴 거 안 해도 된다고 했지만, 내 기준에 시누와 시어머니는 동급이다. 아 미쵸! 미쵸! 시누가 오기 2시간이 남았다. 비상 비상이다. 아들과 남편은 볼일을 보러 나갔다. 딸과 나는 미친 듯이 속도를 내어 청소를 시작한다. 중간에 딸내미가 나에게 묻는다.

“엄마 고모가 내 방에서 자고 가?”

“아니.”

“그럼 왜 치워?”

“뭐래. 네 방이 젤 더러워. 좀 치워.”


토요일 우리 집은 근래에 가장 깨끗했다. 그리고 모두의 예상처럼 월, 화, 수 3일 만에 딸 방은 다시 원상 복구가 되었다. 월요일에는 책상 위에 과자 봉지들이 쌓이기 시작했고 화요일에는 침대 밑에서 뒤집어 벗은 양말 네 짝이 발견되었으며, 수요일 오늘은 하~ 방에서 썩은 냄새가 난다. 그저께 먹는다고 들고 들어간 귤이 썩고 있다. 푸른곰팡이 너 오랜만이다.


방청소.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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