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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독감 걸리면 나도 똑같이 할 거야!

다른 엄마들도 이러지 않나요?

by 사차원 그녀

독감, 코로나, 온갖 호흡기 감염병으로 인해 전국 소아청소년과에 환자들이 줄을 서는 이 유행을 우리 집도 피해 갈 수는 없었으니. 2주 전의 이야기이다. 목요일 오후, 목에 모래를 뿌린 것 같다는 딸의 문자에도 나는 학교 일이 바빠 달려갈 수 없었다. 다행히 남편과 연락이 닿았고, 그날따라 바빴던 남편도 진료 접수만 함께 해주고 신용카드만 남긴 채 홀연히 떠나간다. 이게 현실판 맞벌이의 애환이다. 정부는 보고 있나?


퇴근해서 집에 오니 씩씩하게 진료를 보고 딸아이가 돌아왔다. 체온계로 열을 재니 37.8도가 넘어가고 있었다. 하! 열이 나네. 아프면 안 되는데.


“XX아, 일단 네 방에서 나오지 마. 엄마가 밥 챙겨서 가져갈게.”

그리고 아들에게도 누나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며 엄포를 놓는다. 나는 침착하게 KF 94 마스크를 낀다. 딸이 아픈 건 아픈 건데 일단 나도 옮으면 출근도 못하고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니 조심하는 게 상책이다. 반찬 가게에서 사 온 호박죽을 데워서 딸 방으로 대령한다. 호박죽은 딸의 최애 음식이다. 30분 후 보리차와 약도 대령한다. 아빠가 퇴근해 오자 딸아이는 거실로 나오겠다는 의사 표시를 하지만 나는 강력하게 말린다.

“딸, 오해하지 말고 들어. 지금 열이 나잖아. 네가 독감이면 우리 가족 다 옮는다. 내일 병원에 독감 검사 가기 전까지 나오지 말아 줄래?”

“내가 뭐, 전염병 환자야? 치사하다. 치사해.”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 엄마가 아프면 학교 출근 못 해. 그러면 우리 반 애들 공부는 어떻게 하고, 엄마 일은 어떻게 하냐?”

“나 독감 아니거든. 그냥 목이 부어서 열이 나는 거야.”

“아이고, 그러세요. 의사 선생님.”

“두고 봐. 엄마도 독감 걸리면 나도 똑같이 할 거야.”


다음 날 아침 열이 38도까지 올라간 딸아이는 등교도 못하고 아빠와 함께 병원으로 곧장 갑니다. 독감과 코로나 검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수액도 맞습니다. 다행히 독감도 코로나도 아니라고 남편이 연락을 해주었네요. 그리고 더 놀라운 건 병원비가 12만 원이나 나왔다는 겁니다. 보험 없으면 애 병원도 못 가겠네요.

그건 그렇고 딸아이가 지은 아래 시는 기분이 좋다는 건지, 나쁘다는 건지 애매합니다.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요? 섭섭함을 숨기기 위한 약간의 센 척?.! 아니면 진짜 짜릿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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