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제목처럼 나에겐 이모가 없다. 우리 엄마에겐 오빠와 남동생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릴 적 부산 외삼촌 댁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외할머니와 함께 여름방학 근 2주간 머물렀던 기억이 나지만 크게 추억이 없다. 낮에는 외숙모와 외삼촌이 회사에 가면, 집에서 남겨진 외사촌들과 시간을 보냈고, 걔들은 나보다 5살 이상 어렸던 탓에 같이 놀기도 애매했다. 밤마다 나는 빨리 집으로 돌아갈 날 만 세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자면 막내 외삼촌과 외숙모가 눈칫밥을 준 것도 아니다. 그냥 그 두 분 다 성격이 다정하신 분들이 아니라 어려웠을 뿐이다.
개학 후 친구들이 들려주는 이모 집 방문기는 나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고, 왜 우리 엄마는 언니도 없고, 여동생도 없어서 나에게 이런 서러움을 안겨주는지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유년 시절 내가 방문한 그 집이 이모 집이었다면 나는 잊지 못할 추억을 하나쯤은 만들었을 게 틀림없다.
그런데 엄마 덕분에 나는 언니가 있고, 우리 딸에겐 출생과 동시에 이모가 생겼다. 첫 조카인 딸을 언니는 끔찍이 예뻐했고, 지금도 예뻐한다. 초등학교에 아이들이 입학하고 언니는 우리 집 남매를 자기 집에 초대해서 3일간 동네 투어를 시켜주었다. 언니는 미혼이라 애를 낳은 적도 키운 적도 없지만 3일 동안 두 아이를 제 자식처럼 알뜰살뜰 보살펴 주었다. 이모 집에 다녀와 다음 방학에 또 이모 집에 가겠다는 딸아이의 말을 들으며 ‘역시 이모는 있어야 해.’라며 나는 맞장구를 쳤다.
올여름 딸아이는 전국 감사 편지 공모전에 편지를 보냈다. 편지 용지를 던져주며 누구에게 쓸 건지 생각해 보라 했더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모에게 쓰겠다고 했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접수를 마친 뒤 자기는 내심 잘 썼다고 큰 상 받으면 엄마에게 상금의 1/3 정도를 주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아쉽게도 낙방했다. 수상자 발표가 나고, 딸은 속상함을 내비쳤고, 나는 왜 떨어졌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참고로 우리 반 아이들 23명이 보냈는데 6명이나 장려상을 받았다. 이건 딸에겐 차마 말하지 못했다) 첫인사와 끝인사가 빠진 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렸고, 그때 그것만 고쳐서 다시 쓸 걸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하지만 편지의 주인공인 언니는 딸의 편지를 보며(카톡으로 찍어서 전송했다) 눈물을 흘릴 정도로 크게 감동했으니 진심으로 따지면 대상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