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궁금하면 500원.........
방학 전 우리 반 아이들과 수업 중에 이야기 나누던 중 내가 이런 말을 했다.
“선생님은 이제 살날이 얼마 안 남았어. 기술이 이렇게 발달하고 있으니 너희는 최소 100살까지 살 거니까 부럽다.”
그랬더니 우리 반 여자애가 이렇게 대답했다.
“선생님은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보셨잖아요. 저희는 태어날 때부터 더러운 세상에 태어났어요. 마스크에 미세먼지에 지구온난화에 저희가 선생님보다 오래 살 거라고 어떻게 장담해요?”
뼈 때리는 말에 할 말을 잃었고 나는 아무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우리 반 아이들과 같은 나이인 우리 딸은 태어나서 마스크를 인생의 절반쯤 쓰고 지낸 것 같다. 코로나 전에는 미세먼지가 사회적인 큰 문제가 되었고, 그 후 3년은 코로나, 그리고 지금은 마스크를 벗을 수가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일요일 점심, 남편의 외출로 단출하게 3인만 남은 우리는 점심 메뉴를 정해 본다. 아들은 매번 햄버거나 짜장면이고 떡볶이 애호가인 딸은 또 떡볶이를 외쳤지만, 오늘은 내가 짬뽕을 먹고 싶으니까 중국 음식으로 정했다. 음식값은 2만 원이 조금 넘었는데 배달비가 4000원이나 나왔다. 음식을 시키고 30분쯤 지나자 음식이 도착했다. 다른 날 같으면 배달 기사가 집 앞에 음식을 두고 벨만 누르고 가는 게 일반적인데 오늘은 배달원이 벨을 누르고도 가지 않아서 딸이 직접 현관문을 열었다. 아저씨는 철가방에서 주문한 음식을 꺼내 현관 입구에 내려놓으시더니 다 먹고 그릇을 밖에 내놓으라는 말을 하고 떠나가셨다.
이 모든 상황을 목격한 딸은 엄청나게 흥분한 상태였다.
“엄마, 이게 얼마 만에 보는 식당 그릇이야? 나는 당연히 플라스틱 통에 올 줄 알았는데, 그릇에 담겨오니까 엄청 신기하다. 그리고 나 알루미늄 철가방도 처음 봤잖아.”
우리는 식탁에 앉는 것도 귀찮아 조그만 상을 한 개 펴고 음식을 쭉 펼친다.
그러고는 쇠젓가락을 가져와서 식사를 시작한다. 음식 맛은 특별하지 않았고, 솔직히 말하면 약간 부족한 맛이었다. 그런데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식사가 다 끝나갈 무렵 딸이 묻는다.
“엄마, 이 그릇 어떻게 두면 돼?”
“남은 탕수육은 나중에 먹게 다른 통에 넣고, 나머지는 그릇 1개로 포개서 여기 비닐봉지에 넣어서 문 앞에 가져다 놓으면 되겠네.”
“엄마? 나 이거 설거지해도 돼?”
“설거지 안 해도 돼. 그냥 그릇만 모아서 정리하면 아저씨가 가져가셔서 가게에서 씻으실 거야. ”
“그냥, 내가 이거 그릇 씻어드리고 싶은데, 설거지하면 안 돼?”
“오케이. 그 대신 네가 설거지 깨끗이 하면 엄마가 행주로 물기 닦아서 네가 밖에 가져다 놓는 거야. ”
“응. 알겠어.”
코로나 시국에 우리 집도 배달을 여러 번 이용했다. 음식을 맛있게 먹고 나면 항상 생기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볼 때마다 죄책감이 밀려오곤 했다. 오늘 중국집은 우리 집에서 5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가게였다. 그래서 사장님이 그릇을 회수해 가실 수 있는 충분한 거리이기는 하나, 이것도 플라스틱 용기의 편리함을 생각한다면 쉽지 않은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릇을 다 정리하고 나서 딸에게 아저씨에게 네가 왜 설거지를 했는지 간단하게 쪽지를 써 보라고 부탁했다. 딸아이의 쪽지와 함께 우리의 감사한 마음이 잘 전달되면 좋겠다.
2024년에는 조금 더 능동적으로 쓰레기 줄이기에 참여하기로 다짐한다. 아래 유튜브는 배우 김석훈 아저씨가 하는 유튜브인데 이제 구독자 10만이 조금 넘었다.
항상 연예인들이 하는 유튜브에서 돈 자랑하고 집 자랑하던 영상만 보다가 이 아저씨의 영상을 발견하고 요즘 힐링하고 있다. 내 직업이 연예인이지, 내 삶이 연예인일 필요는 없잖아요. 그 누구보다 쓰레기를 진심으로 대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김석훈 아저씨의 유튜브 구독자가 용솟음치길 기원하며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 여러분 쓰레기 줄이기 함께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