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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차원 그녀 Aug 11. 2023

4. 그 남자 그 여자

너무나도 다른 남녀의 이야기

 대한민국 이혼 사유 1위, 성격 차이. 결혼 전에는 ‘뭐 이런 걸로 이혼을 해’라고 생각했지만, 결혼 12년 차 나도 남편과 이혼을 하게 된다면 분명 그 이유는 성격 차이일 것이다.      


  그 남자와 그 여자는 일기 예보를 보는 목적이 다릅니다. 그 남자는 기상캐스터의 이름까지 꾀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기상캐스터의 화장과 의상에 그렇게 신경을 씁니다. “음, 오늘 입은 원피스는 라인이 없어서 별로야.” 그 여자는 그 남자를 보며 혀를 끌끌 찹니다. ‘이게 뉴스에 나와야 하는데, 한심한 40대 중년 남성의 흔한 아침 일상.’    


  그 남자는 요알못입니다. 라면 1개 겨우 끓여 먹습니다. 내가 늦으면 딸아이는 김치볶음밥을 해서 아빠를 먹여 살립니다. 부랴부랴 퇴근한 나는 급하게 밥을 차려 냅니다. 다른 반찬 없냐고요? 눈치를 밥 말아 드셨네요. 이 남자 자연인하기는 글렀습니다. <나는 자연인이다> 출연하시는 분들은 다들 요리도 쉐프급으로 잘하시던데, 산에 들어가 굶어 죽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평일에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그 여자는 만날 만날 피곤합니다. 토요일 오전은 그냥 죽은 시체나 다름없습니다. ‘네는 뭔데 만날 피곤하다. 피곤하다를 입에 달고 사냐?’ 피곤해서 피곤하다고 말하는 내가 이해가 안됩답니다. 나는 피곤에 쩔어서 붉게 충혈된 눈으로 밤 12시까지 유튜브 보는 그 남자가 더 이해가 안됩니다.      


  그 여자는 효율성을 중시합니다. 쓸데없는 군소리 빼고 딱 핵심만 말하는 걸 좋아합니다. 그 여자의 전화 통화는 길어야 2분을 넘지 않습니다. 그 여자의 전화기는 하루 종일 있어도 몇 번 울리지 않습니다. 그 남자는 그냥 말이 깁니다. 전화 통화는 기본이 10분입니다. “00아, 어디야? 나는 네 마음속.” 당신 지금 내 옆에 있거든요. 이 남자 그 집 댕댕이의 안부는 묻지 않는지 궁금하네요. 무제한 통화 서비스가 되어서 망정이지, 이 남자 통신사 VIP될 뻔 했습니다.      


  그 남자는 오늘만 사는 사람입니다. 내일을 위해 남겨두지 않습니다. 맛있는 과자 5봉지가 있다면 오늘안에 무조건 다 털어먹어야 합니다. 그 여자는 다람쥐의 습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계속 모으고 아낍니다. 사과가 5개 생기면 오늘 2개, 내일 3개 이렇게 언제 먹을지 계획을 짭니다. 그러나 가끔씩 먹는 날을 까먹으면 썩어버리기도 하죠. 이런 여자를 볼때마다 음식물 쓰레기 당번인 그 남자의 속도 썩고 있습니다.      


  그 남자는 관리를 하지 않는 그 여자가 답답합니다. 남들 다하는 눈썹 문신은 무료 모델로 겨우 했고요. 남들 다 하는 라식 수술도 마다하고 20년 째 써온 안경은 불편하지 않다고 고집을 피웁니다. 출근하지 않는 날의 모습은 자연인 그 자체입니다. 그 남자는 지나치게 겉모습에 집착합니다. 집 앞 슈퍼에 나가면서도 옷을 갈아 입습니다.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어 기미도 많고 얼굴도 시커멓지만 포기하지 않아요. 아침마다 선크림에 파운데이션, 가부키 화장을 합니다. 그런 남자를 향해 그 여자는 직설을 립니다. “아무리 노력해봐라. 5살 어린 나른 이길 수 있나!”     


  그 남자 그 여자는 12년째 ‘우린 진짜 안맞아!’를 입에 달고 삽니다. 과연 이들은 언제쯤 이혼을 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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