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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차원 그녀 Aug 10. 2023

3. 나는 인기 없는 아이입니다.

슬픈 그날의 이야기 

  우리 집은 3남매입니다. 3살 많은 언니, 그리고 저, 2살 어린 남동생. 모두의 걱정과 달리 3남매 중 기혼자는 저뿐입니다. 언니와는 어릴 때 머리끄덩이 잡고 쌍코피 나게 싸운 기억이 많지만, 지금은 아주 사이좋은 자매가 되었습니다. 이건 순전히 제 입장에서 만요. 남동생은 어릴 때부터 보호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였고, 그를 위해 누나들이 양보를 많이 한 것 같지만 지금도 그냥 짠합니다. 어른이 된 남동생과는 전화할 일이 거의 없고 명절이나 되어야 얼굴 보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싸우며 미운 정이 든 언니와는 자주 연락하며 지냅니다. 언니와 만나면 어릴 적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됩니다. 언니는 어릴 적 가난에 대한 아픔이나 사람으로 받은 상처가 거의 없습니다. 반면, 어릴 적부터 소심하며 낯을 많이 가리고, 자존감이 낮았던 나는 상처투성이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나는 학교 운동장에 서 있습니다. 오늘 작은 시골 학교 운동장에 낯선 관광버스 한 대가 들어섭니다. 대구에게 우리 학교 인근으로 소풍을 온 초등학생들입니다. 전교생이 20명 남짓한 이 작은 학교가 갑자기 떠들썩해집니다. 갑자기 버스에서 도시 아이들이 우르르 내려옵니다. 시골 아이들은 운동장에 둥글게 원을 그리며 둘러섭니다. 그중 선생님으로 보이는 어른이 말을 합니다. “자! 여러분이 준비해 온 선물 있지요. 자신이 주고 싶은 친구에게 갖다 주세요.” 도시 아이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어느새 언니, 오빠, 친구, 동생들 손에는 반짝이는 포장지를 감싼 그럴싸한 선물들이 놓여 있습니다. 몇 분이 지나자, 어른이 다시 말합니다. “선물 못 받은 친구는 운동장 가운데로 모여 주세요.” 나와 몇 명은 빈손으로 쭈뼛쭈뼛 선생님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아직 선물을 주지 못한 아이들도 몇 명 옵니다. 그 아이들이 선물을 뽑아가라고 가지런히 손을 내밉니다. 나는 눈치를 보며 한 남자아이의 선물을 뽑고, 그 남자아이는 제가 선물을 뽑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인상을 구기며 발을 팡팡 구릅니다. 그렇다고 ‘나 안 줘도 돼.’라고 말도 못 하고 선물을 받아온 나는 조심스레 포장을 뜯습니다. 파란색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필통입니다.
 
   선물 증정 행사가 끝나고 도시 아이들은 순식간에 버스에 올라탑니다. 그리고 손을 흔들며 사라져 갑니다. 나는 멀어져 가는 버스를 쳐다보지 않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집에 온 나는 필통을 남동생에게 줍니다. 그 남자아이가 선물을 사고 포장하며 떠올린 친구는 레고 머리를 한, 꾀죄죄하며 눈치도 없는 선머슴 같은 난 아니었겠지요. 그래서 나는 너무 미안해서 저녁도 먹지 않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펑펑 울 뿐입니다.
 
   27년이 지나, 어른이 된 나는 어린 나에게 위로를 건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마음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요. “괜찮아. 괜찮아. 그 일은 네 잘못이 아니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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