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찐 웃음 보장
학교에는 돈과 관련된 업무를 처리해 주시는 행정실이 있다. 행정실에는 보통 실장님과 차장님 주무관님 주사님 버스 기사님 등이 계신다. 작년에 새로 옮겨 온 지금의 학교에서 새로 만난 실장님과 차장님은 내가 이전에 만났던 다른 실장님과 차장님과 비교가 많이 되었다. 두 분 다 경력에 비해 진짜 일머리가 없는 분이셨다. 그러고는 자주 두 분이 네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다투기도 하셨다. 더 답답한 건 두 분이 만날 다투지만 발전은 없다는 거다.
수업을 마치고 연구실에서 J 선생님과 실장님과 차장님 이야기를 하면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갑자기 J 선생님이 진짜 둘이 똑같은데 맨날 싸운다고 이야기 끝에 ‘자강두천’이라는 말을 던졌다. 순간 나는 당황했다. 눈과 입은 웃고 있지만 나는 자강두천의 뜻을 몰랐다. 저런 고사성어 뜻조차 모르는 나는 무식자인가 씁쓸했다. 자존심이 있지 그 자리에서 물어보지 못했다. 그러고는 퇴근하고 밤에 갑자기 이 일이 떠올랐다. 핸드폰으로 자강두천을 검색했다. 오 마이갓! 자강두천,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을 줄인 신조어. 신조어이므로 사자성어가 아니다. 이게 리그오브레전드라는 PC게임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니 게임을 안 하는 내가 알 턱이 있냐고 말하면 또 변명이고 나름 애들한테 엄마 아직 MZ라고 우기고 있는데 그냥 아줌마 할게요.
지난주 금요일 딸아이가 밤 10시가 넘어서 컴퓨터를 몰래 하다 나에게 발각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내가 방문을 두드리는 그 짧은 순간 모니터를 끈 딸아이는 완전 범죄를 꿈꿨지만,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 가 본체가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그 자리에서 거짓말쟁이를 잡았다. 어디 엄마를 만만하게 보고. 내가 컴퓨터를 무조건 막는 게 아니다. 낮에는 2~3시간씩 웹툰 보고 게임하고 유튜브 하고 별짓을 다 해도 크게 잔소리하지 않는다. 다만 8시 이후에는 사용하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약속이 된 상태이다. 숙면을 위해 키! 키! 키 컸으면! 그런데 약속을 어긴 것뿐만 아니라 거짓말까지 해서 나는 더 화가 났다. 토요일 아침 딸아이가 괘씸했던 나는 딸 휴대전화를 몰래 들고 남편 회사로 도망을 갔다. 점심시간 무렵 카톡(딸 컴퓨터에 카톡 깔려 있음)이 온다. 친구랑 만나야 하는데 왜 휴대전화를 들고 갔냐고 나보고 따지길래 유식해 보이고 싶어서 사자성어를 보냈다. 적반화장. 보내고 나서 아차 하는 찰나에 딸아이가 적반하장으로 고쳐서 답장을 보냈다. 아 진짜 쪽팔려! 언젠가 복수하고 말 거야.
복수의 날은 금방 다가왔다. 오늘 딸아이 방을 청소하다 끄적여 놓은 시를 한 편 발견했다. 이건 뭐 다이소 찬송 시인가? 광고주 여러분 연락 기다립니다만 그건 그렇고! 띄어쓰기 맞춤법 다 틀렸네. 친절한 엄마는 친절하게 빨간펜으로 친히 틀린 부분을 고쳐주고 싶지만 자신감이 없다. 그래서 애정하는 맞춤법 검사기의 도움을 받아서 딸에게 카톡 전송을 한다. 다이소 좀 적당히 가라는 잔소리와 함께.
이렇게 국어에 취약한 엄마는 딸아이에게 입버릇처럼 잔소리한다.
“딸, 공부 안 해도 되니까, 제발 책 좀 읽어! 엄마 소원이야. 너 어릴 때는 그렇게 책을 좋아하더니 요즘에는 책 끊었니?”
“아이고, 램프의 요정 지니도 혀를 끌끌 차며 도망갈 거야. 도대체 엄마 소원은 몇 개야?”
“소원이? 딱 1개 있습니다. 로또 1등 당첨요.”
그건 그렇고 오늘도 초고를 쓴 엄마는 맞춤법 검사기를 돌리며 글을 또 수정하고 있습니다. 맞춤법 검사기 덕분에, 그리고 딸 덕분에 또 1편의 일기 같은 글을 완성했습니다. 딸! 우리 함께 분발하자! 우리도 국어 잘 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