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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 찾아 삼만리

아주 그냥 꼴도 보기 싫다.

by 사차원 그녀

장거리 운전의 가장 큰 어려움이 바로 졸음과의 싸움이다. 우리 학교까지는 고속도로를 타고 신호등도 몇 개 없기 때문에 더더욱 지루한 길이다. 지금 학교 바로 전 학교는 편도로 1시간 5분이 걸리는 곳이었다. 고속도로를 지나고 시내를 통과하여 바다까지 보고 나면 겨우 학교가 나오곤 했다. 그 졸음을 이겨보고자 갖가지 간식을 조수석에 싣고 다녔다. 사탕, 초콜릿, 과자, 껌, 젤리, 뻥튀기까지. 아마 이 해가 내가 가장 많은 간식을 먹은 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중 씹는 맛 1등은 젤리였고, 나는 지렁이와 곰돌이를 그렇게나 씹어댔다. 그리고 1년이 지나 찾은 치과 검진에서 다량의 충치 판정을 받고 아까운 돈을 날리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랬다. 달콤함의 끝은 씁쓸했다. 단맛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더 이상 간식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남은 껌은 어쩔 수 없이 아직도 동행중이다. 자일리톨 껌도 계속 씹으니 너무 달다. ‘나는 자연인이다’ 아저씨들이 씹던 그 칡을 진심으로 구하고 싶다.


사춘기 딸아이 방은 항상 달콤한 군것질거리로 넘쳐난다. 이제는 숨기지도 않는다. 당당히 책상 위에 펼쳐 놓고 먹는다. 오늘 발견한 신상 아이템 호박꿀맛나.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젤리 3 봉지. 책 대신 책꽂이에 가지런히 나열되어 있는 탄산음료까지. 오후에 집에 들어오니 딸은 배가 아프다며 징징댄다.

“엄마, 배가 아파.”

“잘 들어봐. 네가 만날 저런 불량 식품 사 먹고 탄산음료 마시는데, 배가 안 아프면 이상한 거 아니야. 네 얼굴에 여드름 나는 거 다 음식 때문이라고 도대체 몇 번 말해?”

“아이고, 또 팩폭이야. 나가!”


저녁거리를 찾기 위해 냉장고를 뒤적거린다. 사놓은 지 몇 달 된 쌈 다시마가 보인다. 그리고 남편이 사놓은 당근도 2개나 남아있다. 유튜브를 검색해서 그중 가장 간단한 다시마쌈말이를 하기로 결정. 염장한 쌈 다시마는 소금기를 헹궈내고 물에 담가둔 후, 파프리카, 오이, 크래미, 그리고 머스터드소스를 사러 후딱 마트를 다녀온다. 다시마는 깨끗이 헹궈서 짠 다음, 5cm*12cm 정도로 썰었다. 야채(당근, 오이, 파프리카, 적채, 사과)는 길쭉하게 채 썰고, 크래미는 손으로 찢었다. 다시마를 펼치고 그 위에 준비한 야채를 넣고 돌돌 말아 보니 생각보다 그럴싸한 음식이 완성되었다. 유튜브 선생님 감사합니다!

다시마 쌈말이.jpg



소스는 머스터드소스와 초장 두 가지를 준비한다. 원래 다시마 쌈에 초장 찍어 먹는 것을 좋아하는 딸은 거부감 없이 맛을 보았다. 그러고는 한마디 한다.

“엄마, 사과는 도대체 왜 넣은 거야? 그거 빼고 만들어줘.”

까다롭기는. 이때까지 만든 것은 남편 것으로 남겨두고 딸아이는 사과를 빼고 돌돌 말아준다. 기껏 힘들게 만들었더니 3개 먹고 젓가락을 놓는다.

“아~ 배불러. 그만 먹어야겠어”

“저 놈의 간식을 내가 다 없애든가 해야지. 몹시 화가 난다. 그냥.”



괴식.jpg
젤리 찾아 삼만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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