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라 바쁩니다. 6시쯤 마트에 들러서 장을 봤습니다. 간단하게 먹을 불고기와 반찬 2가지를 사고 집에 왔습니다. 밥을 해야 하니 밥솥을 열어봅니다. 어라! 갑자기 밥이 있습니다. 아침에 남편이 출근하면서 안쳐 놓고 간 모양입니다. 주걱으로 밥을 섞으려는데 완전 떡이네요. 불고기를 볶아 저녁 밥상을 준비합니다. 아들에게 밥이 어떠냐고 물어보니 질겅질겅 하다네요. ‘그래 완전 붕어 떡밥이다.’라고 말했더니 아들은 붕어 떡밥은 어떻게 만드냐고 묻습니다. 하! 그래서 유튜브를 검색해서 아들에게 보여줍니다. 다음에 붕어 낚시 가고 싶다고 합니다. 의식의 흐름 장난 아니죠?
아들이 밥을 다 먹고 자기 방에 간 사이 딸아이가 친구를 만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딸아이는 올해도 담임선생님이 남자입니다. 5년 연속 남자 선생님입니다.
“좋겠다. 딸. 대단한 확률로 또 남자 선생님을 만났어.”
“별로 안 좋아. 나도 여자 선생님 반 하고 싶어.”
“엄마같이 잔소리 엄청 많은 여자 선생님 반 걸리면 어때?”
“악, 그건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건 그렇고 밥은 왜 이 상태냐고 묻길래 아빠가 해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딸아이에게 고민 상담 아닌 고민 상담을 합니다.
“엄마가 어떻게 말하면 아빠가 다시 밥을 안 할까?”
“아빠 기분 상하게 말하면 다시 안 하겠지.”
“구체적으로 말해봐.”
딸아이가 알려준 멘트 3가지 소개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아주 자동차 장사 말고 떡 장사해도 되겠어?
두 번째, 오늘 밥에 수분이 가득해서 밥 먹고 아무도 물을 안 마셨다.
세 번째, 이거 밥 얼린다고 냉동실 남아나지 않겠어.
“그런데, 딸 세 가지 다 엄청 기분 나쁘다.”
“이제, 아빠 맘을 알겠어?”
“할 말이 없네. 그려.”
자! 그래서 저는 딸아이가 소개한 3가지 멘트를 빼고 ‘덕분에 밥 잘 먹었어. 고마워’라고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습니다. ISTJ인 저는 돌려 말하기도 빈말하기도 잘못하는데요. 올해는 남편의 간청을 받아들여 말 습관을 고쳐보려 합니다. 딸에게도 아들에게도 더 따뜻하고 좋은 말을 많이 하도록 노력하는 엄마가 되고 싶은데, 또 딸이 수학 숙제를 안 하고 침대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