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너 좀 귀엽다.

엄마 닮아서 너도 평범하지 않구나!

우리 집 와이파이는 약 3년째 비번이 없습니다. 2021년 7월 우리는 이사를 왔습니다. 그리고 남편은 새로운 공유기를 주문했습니다. 공유기를 설치하고 나서 남편은 비번 설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여보, 비번 설정 좀 해줘.”

“바쁘니까, 당신이 좀 해.”

“나 기계치야. 이런 거 못 해.”

“설명서를 읽어봐, 유튜브를 찾아보든지.”

“귀찮다. 당신이 좀 해줘.”     

8년 만의 이사에, 그리고 한창 더운 7월 말 이사에 저는 지쳤습니다. 그렇게 우리집 와이파이는 비번도 없이 자유롭게 3년을 잘 지냈습니다. 손가락 몇 개만 까닥하면 될 일을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미루다가 3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바로 어제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친구를 만난다는 딸아이를 차로 태워주고 집에 왔더니 갑자기 핸드폰에 와이파이 연결이 끊겼습니다. 뭐야, 고장 났나? 다시 연결하기를 눌렀더니 아니 비번을 입력하라고 뜹니다. 갑자기요? 뭐야. 무슨 일이야?     

본인 방에 있던 아들이 종이쪽지 1장을 들고 위풍당당 등장합니다.

“엄마, 놀랬지. 내가 와이파이 비번 설정했어. 이걸로 입력해.”

“와, 우리 아들 엄청나게 똑똑하다. 근데 갑자기 왜 비번 설정을 한 거야?”

“그게, 말이지, 엄마 내가 유튜브에서 영상을 한 개 봤거든. 우리 집에도 이런 일이 일어날까 봐 내가 먼저 손을 썼어.”

“무슨 영상인데?”

“내가 카톡으로 링크 보내줄게. 엄마도 한번 봐봐.”

https://youtube.com/shorts/1yRbTxnvaBs?si=hnl4unrzl5Ts13Jh

아들이 보내준 영상을 보고 에이 설마 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우리 이웃분들은 다들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도 잘해주시고 저희 아들이 좀 쿵쾅거려도 넘어가 주시거든요. 아무튼 그건 그렇고 저는 아들이 무슨 규칙으로 비번을 만들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아들 왜 첫 번째 비번은 10041004야? 엄마가 천사라서”

“우웩, 그냥 기억하기 좋은 거 아무거나 한 거야. 엄마보다는 내가 천사 아들이지.”

“쿨럭, 그러면 밑의 것은 왜 24082408이야?”

“엄마, 너무 깐깐하게 굴지 마. 세상에는 너무 많은 그냥이 존재해.”     

그럼 아들은 비번 설정하는 방법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모두의 예상대로 유튜브를 검색했고, 3단계 만에 손쉽게 완료하였다고 합니다. 퇴근한 남편에게도 아들이 쪼르르 달려가 자신의 업적을 들려줍니다. 남편은 기특한 아들의 궁둥이를 팡팡 두드려 줍니다.      

혹시 우리 집처럼 와이파이 비번 없이 쓰시는 분이 있으신가요? 인터넷 연결이 평소보다 느려졌다면 빨리 와이파이 비번을 설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