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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차원 그녀 Jun 15. 2024

밥보다 과일을 더 많이 먹는 가족입니다.

과일을 현명하게 사는 방법

소식자 4명에겐 치킨 1마리도 남는다? 애들이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치킨 1마리를 시키면 진짜 1/3 정도는 남았어요. 그러면 그다음 날 다시 데워 먹거나 찢어서 볶음밥에 넣기도 했는데 애들이 어느 정도 커서 그런지 요즘은 딱 1마리로 충분합니다. 또한 아들이 좋아하는 치즈볼은 필히 시켜줍니다. 딸아이 친구 집은 치킨 1마리에 피자 1판은 있어야 배부르게 먹는다는데 우리 가족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남들 다 보는 먹방 채널도 우리 가족은 구독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산다라 박 나오고 박소현 씨 나오던 소식자 채널이 더 재미있었는데 말이죠. (지금도 하는지는 모르겠어요.)     


뷔페를 싫어하는 가족이 있다면 그건 당연 우리 가족 이야기가 맞습니다. 내 돈 주고 가는 뷔페는 접은 지 꽤 되었습니다. 왜냐면 저희는 몇 접시 못 먹거든요. 뷔페는 빵꾸똥꾸 신신해 처럼 10 접시 정도 먹어줘야 하잖아요. 우리 가족은 많이 먹어야 2~3 접시입니다. 뷔페에서 이것저것 조금씩만 먹어도 금방 입이 짜져서 더 못 먹겠더라고요. 대신 우리는 단품 메뉴에 강한 편입니다. 그래서 삼겹살집이나 중국집을 선호합니다. 삼겹살은 5인분에 된장찌개 정도는 먹고요. 중국집에 가면 1인 1 메뉴에 탕수육 소자까지 추가해서 배불리 먹습니다. 웃지 마세요. 진지합니다.     


그럼 한 달에 식비를 얼마나 쓰냐고 묻는다면 전체 생활비 중 10% 정도를 차지합니다. 다른 집은 얼마를 쓰는지 몰라서 일단 비교가 불가하네요. 일단 우리는 양가 부모님이 다들 농사를 지으시는 덕분에 기초적인 쌀, 양념류, 김치류, 채소류는 사지 않습니다. 농사철에 간간이 일손을 보태고(농번기는 그냥 주말마다 출근이죠.) 필요한 생필품 사드리고 가끔 용돈 드리는 걸로 대신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소식자에 양가 부모님 찬스로 식비를 이렇게 아끼니까 엄청나게 절약되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닙니다.      


왜냐면 우리 가족은 모두 과일 킬러이기 때문이죠. 요즘 이상 기후 덕분에 과일값도 만만치 않게 올랐습니다. 일단 남편은 다른 남자들과 다르게 과일을 그렇게 좋아합니다. 저녁 먹고 과일만 깎아주면 부잣집 회장님처럼 좋아하죠. 남편은 특히 단감과 샤인머스켓을 좋아합니다. 초창기 샤인머스켓이 상당히 비쌌을 무렵, 남편은 동네 마트를 돌며 가장 싼 녀석을 용케도 골라서 사 오곤 했지요. 저는 여름에 수박을 달고 삽니다. 수박 덕분에 음식물 쓰레기통이 금방 차기 때문에 남편은 수박 시즌을 싫어합니다. 아들을 임신했을 때 가장 많이 먹은 게 수박인데 신기하게도 아들은 수박을 입에도 대지 않습니다. 본인 말로는 학교에 급식으로 나오면 어쩔 수 없이 먹는다고 하는데 집에서는 절대 먹지 않아요. 이상한 풀 향이 난다고 말하는 아들은 같은 풀 향 부류의 멜론, 참외, 오이도 가립니다. 그런 아들은 시큼 새콤한 오렌지, 귤 킬러입니다. 앉은자리에서 5~6개는 너끈히 까먹을 정도로 좋아합니다. 자기가 백설 공주만큼 이쁘다는 착각에 빠져 사는 딸은 딸기와 사과를 좋아하는데, 요즘 사과값이 많이 올라서 잘 못 사주고 있습니다.      


엄청 덥습니다. 2주 전 남편과 주말 아침에 함안에 갔습니다. 금계국을 보러 악양생태공원에 갔습니다. 우리가 갔을 때는 금계국이 지는 시기였고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참 타이밍 맞추기가 쉽지 않네요. 차를 타고 나가는 길에 수박을 파는 농가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차를 세웠습니다. 흑 수박을 팔고 있었고요. 사장님은 우리가 내리자마자 시식용 수박을 대령했고, 우리는 맛을 보고 수박을 골랐습니다. 뒤쪽에 일반 수박도 있었지만 당도 차이가 확실하게 난다는 말을 믿고 우리는 거금 35000원을 주고 수박 1통을 사왔습니다. 달고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우리 집 근처 하나로마트에 장을 보러 갔습니다. 아! 내 눈을 의심했죠. 똑같은 크기의 흑 수박을 25000원에 팔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산지가 더 쌀 거라고 생각한 저는 배신감에 부들부들했습니다. 흑 수박에 흑자도 꺼내지 마세요.      


곧 복숭아 철도 다가옵니다. 제가 겨울철에 한창 새우와 굴을 주문해 먹었던 수산물 밴드가 있는데 올해부터는 사장님이 온갖 종류의 과일도 팔고 있습니다. 봄에는 한창 망고를 파셨는데 수입 과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패스했습니다. 수요일 우연히 들어간 밴드 공지글에 신비 복숭아가 올라왔습니다. 1kg에 13000원, 택배비 4000원. 아직 신비 복숭아를 맛보지 못한 저는 그 맛이 너무나 궁금했고, 2킬로 주문을 해서 목요일에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맛을 보니 일반복숭아도 아니고, 천도복숭아도 아닌 아무튼 새로운 맛이었습니다. 남편에게 3만원에 샀다며 엄청나게 자랑을 했죠!! 아들도 딸도 아삭아삭하다며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토요일 오후, 과일을 사러 농협로컬푸드직매장에 갑니다. 아싸! 수박은 엄청나게 큰 데 16000원입니다. 요거 1개 사고, 아침으로 먹을 방울토마토도 1팩 삽니다. 그리고 블루베리와 다른 진열 상품도 구경합니다. 어라? 신비 복숭아가 있습니다. 진주에서 신비 복숭아가 생산되고 있었다니..... 그런데 가격도 더 저렴합니다. 1.5kg에 9000원입니다. 아 저는 바보인가 봅니다.     

 

주절주절 뭔가 말이 많았는데 결국 하고 싶은 말이 뭐였냐면요. 네! 택배도 산지 직거래도 무시하시고 로컬푸드 마트에 가서 장 보세요. 그게 가장 현명한 소비입니다. 5학년 실과책에도 나와요. 로컬푸드 과일이 가장 신선하고 저렴하다고요. 그리고 푸드마일리지도 작게 나간다고요. 실제 경험으로 배웠습니다. 남편은 그 몇 푼이라고 잊으라고 했지만, 저는 이런 푼돈이 너무나 아깝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소중한 경험을 월요일에 꼭 나눠줘야겠어요.      


*로컬푸드: 장거리 운송 과정을 거치지 않은, 그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 (출처:네이버 국어사전)

*푸드마일리지: "식량(=food)+수송 거리(=mileage)"라는 의미로 농산물 등 식료품이 생산자의 손을 떠나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 거리를 말한다. 식품의 생산지와 소비지가 가까우면 푸드 마일리지는 작아지고 멀리서 식량을 실어 오면 커지며 푸드 마일리지가 낮은 식품은 생산지와 소비자까지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탄소 배출량을 적게 배출할 뿐 아니라, 더 안전한 먹거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출처: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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