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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차원 그녀 Jun 16. 2024

딸이 하루아침에 아들이 되었습니다.

사춘기 딸은 못 말려!

무슨 바람이 불었나 모르겠어요. 갑자기 현관문을 열고 뛰어 들어온 딸아이가 저를 찾습니다. 

“엄마, 엄마”

“왜?”

“나 숏커트 할 거야!”

“왜? 갑자기?”

“그냥, 근데 나 숏커트 하면 엄마도 좋다. 우리 집 샴푸 엄청 절약될 거야!”     


그래 차라리 잘됐습니다. 단골미용실 이모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목요일은 예약이 있어서 안 된다고 하니, 그럼 금요일 3시로 예약을 합니다. 미용실은 딸아이 혼자 갑니다.

“예약했다. 금요일 3시. 늦지 마라”

“오예~ 나 너무 설레, 엄마”

“취소 없다. 무조건 가는 거야”

“걱정 마, 엄마”     


장발을 고수해오던 딸아이는 머리숱도 많은 편이라 커트 머리가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 너무 좋네요. 제발 머리 좀 감아라. 밥 먹을 때 머리 좀 묶어라. 냄새나니까 제발 머리 좀 바짝 말려라. 이딴 잔소리와 이제 세이 굿바이 할 수 있겠죠. 음하하하      


목요일 학교에 간 딸아이는 담임 선생님께 자신의 커트 소식을 알렸다고 합니다. 굳이 뭐하러? 아무튼 선생님은 네가 곧 스님이 되는 거냐며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외쳐주셨답니다.      


금요일 오후 딸아이가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뭐 나쁘지 않습니다. 얼굴이 작은 편이라 어울립니다. 퇴근해서 1시간쯤 기다리니 딸아이가 옵니다. 갑자기 미용실을 다시 가겠답니다. 뒤통수도 둥글게 예쁘게 잘라주셨는데 당최 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막무가내입니다. 자신은 진짜 남자아이들이 하는 투블록 커트머리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말렸습니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요. 그런데 실행력 갑인 그녀는 현관문을 박차고 뛰쳐나갔습니다.      

8시가 다 되어 현관문 소리가 들리더니 딸아이와 남편이 함께 들어옵니다. 

오 마이갓! 진짜 뒷모습은 영락없는 아들입니다. 남편은 한술 더 뜹니다. 

“아빠 왔다. 어 00(아들 이름)아 나와봐라. 네 형이 왔다.”

방에서 쪼르르 달려 나온 둘째는 넙죽 엎드려 누나 아니 형에게 절을 합니다. 형님 오셨습니까? 완전 코미디가 따로 없네요.      

밥을 먹는 동안 딸아이의 기분은 하늘을 날아갈 것 같습니다. 

“엄마, 엄마 나 오는 길에 우리 학교 남자애 3명을 만났거든. 걔들이 뭐라고 했는 줄 알아?”

“와, 남자다 그랬겠지.”

“1명은 와 형 멋있어요 그랬고, 한 명은 와 씨 남자인 줄 이랬고, 한 명은 너 남자 됐네 이랬어. 정말 행복해”  


벌써 일요일 저녁입니다. 딸에게 씻어라 재촉하지 않아도 어쩐 일인지 알아서 머리를 감고 나옵니다. 

“엄마 머리 감는데 3분 컷이야. 그리고 머리도 수건으로 좀 닦았더니 벌써 반 이상 말랐다. 와 개쩐다.” 

뭐 좋네요. 딸아이는 빨리 학교를 가고 싶다고 합니다. 친구들과 선생님이 뭐라고 그러실지 엄청 기대된다는데, 좋겠다. 딸, 엄마는 학교 가기 엄청 싫은데. 근데 말이죠. 저도 내일 퇴근하고 미용실에 뿌리 염색을 하러 갈건데 급 커트가 당깁니다. 짧은 머리는 용서 못한다는 남편 앞에 커트 머리를 하고 나타나면 남편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몹시 궁금한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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