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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 고약한 앵무새의 삶

행복하지 못한 앵무새, 자신부터 죽이는 말을 입에 담다

by 융중복룡

밖에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왔는데 앵무새가 '어서 와요. 고맙습니다. 반갑습니다. 사랑합니다.' 이러고 있으면 얼마나 귀엽고 예쁘겠는가? 비록 그저 사람의 말을 따라하는 앵무새일 뿐이더라도 좋은 말, 지혜로운 말을 따라하고 있으면 그 모습은 예쁘다.


하지만 밖에 나갔다가 들어왔는데 집에 있던 앵무새가 '어딜 기어 들어와. 나가서 일이나 해, 한심한 놈아. 얼어 죽을 놈, 빌어 먹을 놈. 개똥같은 놈아, 거지 같은 놈. 닥쳐. 먹고 살만하니까 저러지, 얼른 나가.' 이러고 있으면 대체 어디서 저런 말을 배워서 따라하고 있는지 기가 차고 웃긴 노릇이 아니겠는가. 자기가 깊이 생각해서 하는 말도 아니고 그냥 어디서 들은 말 따라 하는 거겠지만 그래도 그 모습을 봐 주기가 몹시 고역일 것이다.


사람 중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다. 마치 성질 고약한 앵무새처럼 사회에 떠도는 온갖 편견, 나쁜 문화, 약자를 깔보는 생각들을 스펀지처럼 흡수하여 그저 앵무새 같이 그 논리들을 따라하고만 있는 사람들. 스스로 판단하고 양심에 비추어 생각해 보고 실험해 본 사람들이 아니라, 그냥 남들이 돌 던지니까 다같이 우우우 몰려와서 돌을 손에 집어든 사람들. 이런 성질 고약한 앵무새의 삶, 줄여서 성고앵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조직, 단체, 국가에서는 평범하고 선량한 시민들이 행복해지기가 어렵다.


앵무새의 삶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 원래 인류는 문화를 선도하고 시대를 앞서 이끄는 많은 리더와 선지자들이 있고 그 가르침을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대다수의 군중이 있기에 좋은 문화도 널리 퍼지고 하는 것이다. 때로는 앵무새처럼 선진 문화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만으로도 전 인류가 한 단계 도약하는 경우도 있기에 그러하다. 하지만 자기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전 인류가 따라할만한 좋은 생각을 내놓지 못한다면, 차라리 좋은 앵무새라도 되어서 무슨 말을 따라해야 할 것인가를 잘 골라야지, 성질 고약한 앵무새가 되어서 어디서 이상한 말만 주워 듣고 와서 온갖 편견과 나쁜 논리로 약자를 갈구기만 하는 그런 멍청한 군중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모두가 성공, 성공 하는 세상에서 성고앵, 성고앵들이 그렇게 많으니 오늘도 사람들의 양심은 편안할 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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