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를 업무로 한다.

좋은 엄마보다 일정한 엄마

by Dining Table Writer


내가 아는 엄마들은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엄마라면 당연히 이렇게 해야지 생각하며, 자기 삶을 자연스럽게 내려놓는 사람.


엄마라면 이렇게 해야 하는데, 왜 나는 어렵지 하며 스스로를 못나다 여기는 사람.


엄마인 내가 여기까지 해 주는데, 왜 너는 이것밖에 못 하냐며 타인을 비난하는 사람.




동의하는가?




나의 경우 엄마라는 역할은 업무이다.




이렇게 정의 내리기 전까지 나는 아이들을 맹렬히 비난하는 엄마의 자리에 있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너는 이거밖에 못해!!!"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너 지금 그런 말이 나와??!!"를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어도 아이들이 충분히 눈치 챌 수 있는 말과 행동 눈빛을 보냈다.




만약 내가 엄마라는 역할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이었다면,


아이들과의 관계도 더없이 좋았다면,


"엄마라는 역할은 내게 업무"라고 스스로 정의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게 엄마라는 직업군은 엄마가 되고 나서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내적으로 어떻게 나의 역할을 정의 내리고 수행하는 것이 가장 최적의 방법인지 열심히 알아내야 했다.




안 맞는 일이지만, 그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모성애가 부족한가, 사랑과 헌신이란 단어와 맞지 않는 사람인가... 자책하는 것을 멈추고


무엇이 가장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가로 생각을 전환했다.




사랑과 헌신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그걸 성장시키기는 쉽지 않아도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아.... 업무로 생각하면 가장 일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겠다고 깨달았다.




내가 기분이 안 좋아도, 괴로운 일이 있어도, 일터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처럼


나의 상태가 엄마라는 역할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을 최소한으로 하고


매일 같은 조건이 되는 상황을 만들려 노력했다.


사랑과 헌신을 내보이는 것보다는 훨씬 할 만했다.




타인의 행동에 따라 내 행동이 흔들리거나,


내 기분에 따라 업무의 양과 질이 달라지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일관성이다.




일관성이 무너지면 신뢰를 잃는다.


고객에게 신뢰를 잃으면


그 고객과 함께 다음 계획을 추진할 수 없다.




엄마의 일을 철저하게 업무로 생각한 결과는, 아이들의 행동에 대한 나의 반응을 그들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그 예측 가능성은 그들에게 신뢰를 얻는 듯했다.




그리고 나는 나의 영역과 아이들의 영역을 구분하기 쉬워졌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과 해 줄 수 없는 것


내가 침범할 수 있는 것과 침범할 수 없는 것. 이 명확히 구분했고


이 룰을 정하면 모든 부모와 아이들이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고 강하게 믿고 모든 사람들에게


"영역 침범 않기"전략을 강하게 설파하고 다녔다.


나는 자신만만했다.




그러다 요즘 울트라 파워 고객을 만났다.


원래부터 나의 충실한 고객이었으나 최근 그녀는 업그레이드(?) 혹은 진화했다.


10대로 접어들면서, 내향성, 주관성 뚜렷, 강한 의견 개진, 약간의 비꼬는 말투를 장착한 그녀는


나의 업무 스타일을 그대로 꿰고 있어서, 내가 할 행동들을 다 예측하고 있었다.




초반엔 원래 하던 업무 스타일을 더 강하게 밀어 붙었으나, 결국은 수정이 필요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모성애가 부족하네 어쩌네 하는 말들은 여유 있는 때나 하던 배부른 고민이었다.


일단 따뜻하고 다정하고 관심 많은 태도 업무로 재빨리 전환해야 했다.




그래야 프로젝트를 장기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여기서도 감정과 기분은 최대한 배제하고,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지 고민했다.

현재 가장 좋은 솔루션은 따뜻함과 다정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두가지를 업무의 우선 순위에 두었다.



난 지금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엄마라는 역할을 그 누구보다 잘 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나의 역할을 업무의 관점으로 수행한다.


다만 이제는 매뉴얼보다 실시간으로 고객의 표정을 먼저 살피고 그에 맞는 태도를 장착한 후


업무를 시작한다.


나의 따뜻함과 다정함이 일정하게 유지되길, 그 다정함이 그녀에게 신뢰가 되길 바라며.


그렇게 오늘도 고된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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