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도, 오늘도, 척하며 살아간다.

그 순간 삶의 의미

by mj


나는 평생 '.... 한 척'을 하면서 살고 있다.


20대에는 있는 척, 30대에는 좋은 엄마인 척, 40대에는 아이들을 독립적으로 키우는 척




시기마다 다른 성격을 척을 하고 살았지만, .. 그 척을 안한 적은 단 하루도 없었다.


그 척은 오늘도 계속된다.








시기마다 다른 모양의 ‘척’을 하며 살았지만, 그 ‘척’을 내려놓은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척하는 행위에는 항상 대상이 있었다.




남의 눈을 항상 의식했다는 뜻이다.




돌아보면 20대의 척하기가 내 인생에서 가장 비생산적이고 최악이었다.


구체적인 대상도 없이 무작정 세상 사람들 모두가 나를 보고 있다고 착각하여,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럴듯하게 보이고 싶어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그 모든 것에 소비했다.




20대는 누구에게나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시기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막 사회에 발을 디뎠으니,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세대, 그럼에도 하루하루를 무작정 살아야 하는 버팀의 시간을 잔인하게 요구한다.


그걸 수행해 내야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이 드러낼 수 있는 사회적인 성과가 나온다.




나는 그 중요한 시간에 나는 그런 인내 따위는 필요 없는 사람인 척했다.


허세로 가득한 내 모습을 인지하지 못하고 하루하루 버티는 친구들을 용감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작은 도전도 두려워하지 못하고, 한 단계 한 단계 쌓아도 이루지 못할 것 같은 열패감으로 가득 찬 삶이었다. 한없이 웅크리고 살았다.


그렇게 척을 했으니, 그 어떤 분야에도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력을 쌓지 못하고 어설프게 번 돈으로


티브이 드라마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외형만 쫓기에 급급했다.




그러다 30대에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었다.


엄마라는 것은 기존의 척하는 것으론 절대 수행할 수 없는 역할이다.


인생에서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장기 플랜을 맞닥뜨린 것이다. 20대에 지니고 있던 열등감과 두려움을 내 안에 그대로 간직한 채, 성실함과 꾸준함, 그 어떤 경우에도 멈출 수 없는 임무를 난생처음으로 부여받았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단기간의 임기응변이 통하지 않는 장기 플랜을 마주하게 됐다.

성실함과 꾸준함, 그리고 멈출 수 없는 책임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그 상태로 육아를 시작하니, 나의 열등감과 두려움은 나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끌었다.


Perfectionism 완벽주의


완벽한 시간관리, 완벽한 집 정리, 완벽한 교육계획




20대에는 척하느라 나의 시간을 낭비했지만,


이번만큼은 절대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 거야.


좋은 엄마 역할은 완벽한 시간관리, 게으름을 피다 놓치지 않는 시기적절한 교육, 그리고 아이들이 사는 환경은 먼지 한 톨 없이 정리 정돈이 완벽하게 되어 있어야 해.라는 강박으로 이끌었다.


그때의 나는, 아이를 키우는 일이 결국 내 상처를 감추는 또 다른 ‘척’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




이번의 척하기는 대상에게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20대와 다르게 대상이 아주 분명하고 한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나의 아이들


특히 나의 큰 아이는 첫아이라 내가 주는 특별한 사랑만큼이나 나의 완벽주의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되고 있었다.




다행히 그나마 쉽게 회복할 수 있는 시기- 아이가 초등 고학년이 되기 전에 나의 문제를 인지하고.


아픔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과하면서 나의 강박은 막을 내렸지만... 그것은 내가 척하기를 내려놓았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내가 안다.


매번 내 인생의 어떤 시기마다 다른 형태와 성격을 띠고 있겠지만, 나는 평생 척'을 내려놓고 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그것이 그때마다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내 삶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어쩔 땐 지나고 난 뒤 그 모습이 한없이 한심스럽고, 우스꽝스럽게 기억되지만,


나는 그것을 피하지 못한다. 꼭 실행해야만 삶의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곧 40대를 지내고 곧 50을 바라보는 나이


현재 나의 척을 생각해 본다.


지금도 완벽주의와 여전히 사투 중이라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척하고,


잘하는 것이 없어서 그 무엇도 도전하고 싶지 않지만, 부끄럼이라고는 없는 사람인 척해 보려고 한다.


책 읽기도 글쓰기도 매일 열심히 하는 척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것에 큰 의미를 두면서 살려고 애쓰는 중이라 그들의 작은 이야기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인 척한다.


사춘기의 아이들과 갈등을 빚지 않으려 그들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척한다.


삶의 의미를 이제는 아는 사람인 척한다.




현재 나의 척하기는 미래의 내가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 되어 주기에,


척하기를 누구에게 숨기려 애쓰지도 않는다.




이제는 그 척하는 내가 나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어떤 모습의 척을 하게 될지 기대하며 오늘 하루를 산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애걔걔??!! 겨우 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