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14. 2023
불길 속에서도 엄마는 새끼를 품고, 그렇게 타 죽었다
아빠는 도망쳤다.
밤새
집이 불에 탔다.
닭집도
탔다.
수탉은
그때에도
역시
민첩했다
ㅡ
어둠이 내려앉은 새벽,
집을 감싸는 불꽃의 화려함이 공포스럽게 밝아 오른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화재가 집을 태웠다.
그날 밤,
잠에서 깨어나 도망치려 한 생명들의 비명이
하늘을 찢었다.
사람과 짐승,
그 어떤 생명도 불과 맞서기는 힘들다.
불길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우리의 집은 곧장 재로 변하였고,
뒤켠 닭장도
그 불길에
휩싸였다.
수탉들은
웅장한 울음을 끊임없이 내며,
화려한 깃털을 펄럭이며 빠져나갔다.
그들은 죽음을 벗어나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불길을 향해 날아가는 데 모든 힘을 쏟았다.
수탉은
역시
민첩했다.
그러나
가장 작고 연약했던 병아리 새끼들은
혼란스럽고 공포에 휩싸여,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른 채 맴돌았다.
어린 병아리들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어떻게 불길을 피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어미닭은 다르게 행동했다.
병아리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어미닭은 본능적으로 작은 새끼들을 품에 안았다.
병아리들을 그 깃털 아래에 숨겨두고 불길을 막아냈다.
그 어떤 고통도
자신의 새끼들을 지키는 데서 벗어나게 하지 않았다.
어미닭만이
병아리들을 보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그 아침 불이 꺼진 장소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그 어미닭의 희생을 발견했다.
어미닭은 새까맣게 타 죽었다,
어미닭의 품 안에서는
서너 마리의 병아리들도 시커멓게 그을러 죽어 있었다.
어미닭의 사랑은
그 어떤 불길보다 강력하였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그것은 다르지 않다.
우리가 우리의 자식들을 위해 어떤 희생도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어머니의 사랑이다.
이것이 우리 가슴을 물컹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어떤 시련도,
그 어떤 고통도
어머니의 사랑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불길 속에서도 빛나는 그 어머니의 사랑,
그것이야말로
가장 숭고하고
강력한
힘이다.
이것이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랑의 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