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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손은 예뻤다

손의 역할







그녀의 손은

항상

아름답다.


매니큐어의 색은

그녀의 감성을 대변하는 듯,


때로는

붉은 장미처럼

열정적이고


때로는

푸른 바다처럼 차분하다.


그녀의 손은

말없이

그녀의 일상을 이야기한다.


그녀의 손이

어떻게 그렇게 깨끗하고

고운 색을

유지하는지


사람들은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저

바라볼 뿐이다.








손은

본디 쓰임새가 많은

신체 부위이다.


무언가를 만들고,

수리하고,

가꾸고,

돌보아야 하는 도구.


그런데

그녀의 손은 사용되기보다는


오히려

모셔지고 있다.


귀한 보석처럼,

무언가를 만지기에 앞서

조심스럽게

장갑을 낀다.


일상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는 대신,


그녀의 손은

삶의 아름다움을 간직하는 데에만

사용된다.

한 번이라도

그 손이

흙을 만져본 적이 있을까?


호미를 잡고

텃밭을 가꾸며 땅의 기운을

느껴본 적이 있을까?


손톱 밑에

검은흙이 박히고,


물로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그 흙의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을까?


그녀의 손은

땅의 촉감을 알까?


땅을 파고,

씨를 뿌리고,

싹을 키우는 그 속성의 행복을

느껴본 적이 있을까?

손은

생명을 다루는 기술자이다.


흙 속에

씨앗을 묻는 것에서부터,

싹이 트고

꽃이 피어나는 것까지,


모든 생명의 순환을

체험하는 것.


그러나

그녀의 손은

이 모든 경험에서 멀어져 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그녀의 삶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즐거움은

잊혀만 가고 있다.

매니큐어로 치장된

손가락 끝에서,


그녀는

세상과의 접촉을 느낀다.


그 접촉은

언제나 겉돌고 마는 것일까?


참된 만짐은

아마도

흙을 만질 때,


생명을 일구어 낼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녀의 손이

진정으로 삶을 만지고,

느끼고,

키워가는 날이 올까?


그날이 오면,

그녀의 손은

진정한 아름다움을 깨달을

것이다.


진정한

삶의 색깔을

알게 될 것이다.







그녀의 손은

섬김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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