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14. 2023
옆집 아저씨는 작대기로 우리 개를 팼다
애비 없는 자식이기에
나는 옆집 암탉을
발로 걷어찼다.
옆집 아저씨는
애비없는 자식이기에
버릇없다고 했다
ㅡ
시골은 이제 적막하다.
모두 서울로 갔다.
한때는 한 동네에
100 가구가 넘어 사람들로 가득 찼던
이곳에는 겨우 20여 가구가 전부다.
고요함을 깨뜨리는 소리는
가끔 지나가는 바람과
노랗게 변한 풀밭에서
개들이 짖는 소리뿐이다. 그들만이 이제는 텅 비어버린 집들을 지키고 있다.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떠올라 옛 생각에 잠긴다.
ㅡ
그때
엄마는 강아지 한 마리를 외가에서 갖고 왔다.
우리 형제는 그 강아지를 보며 자랐다.
강아지는 무럭무럭 자라
누렁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누렁이는 어느새 우리의 친구가 되었다.
모든 것이 순탄치 않았다.
누렁이가 옆집 병아리를 물어 죽였다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 사건은 가족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누렁이는
분노한 옆집 아저씨의 작대기로 맞아 다리가 부러져 피를 흘렸다.
그 순간,
나는 분노와 슬픔이 가득 차 울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엄마는 항의는 하지 않고,
아무 말도 못 하고 연신 머리를 숙이며 사죄했다.
나는
그런 엄마가 밉고
화가 났다.
생각에
저 아저씨가
남편이 없는 우리 엄마를 함부로 대하는 것 같아
더욱 화가 났다.
나는 옆짚으로 달려가 모이를 쪼아 먹고 있는
암탉을 발로 걷어차 버렸다.
그것을 본
아저씨는 다시 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애비없는 자식이라
버릇이 없구나,
쯧쯧!"
저녁,
그 일을 알게 된
엄마는
회초리로 내 종아리를 때렸다.
그날은
내가 처음으로 엄마에게 혼난 날이었다.
엄마는 나를 부둥켜 안고
한동안을 흐느껴 울었다.
엄마는 남편을 일찍 잃고
갖은 고생을 하며
혼자 6남매를 키워왔다.
그런데
'애비없는 자식'이라는 말을 들었으니 ~
그날
누렁이와 나,
모두
다리를 절뚝였다.
ㅡ
그때의 기억은 지금도 가슴속에 선명하다.
누렁이와 함께한 시간들,
엄마와의 추억들,
그
아저씨, 엄마, 누렁이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 있다.
나는 이렇게 고향의 추억을 더듬으며 기억의 세계를 걸어간다.
가슴속에 새겨진 그 시절의 아픔과 기쁨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시간은 흘러도 그때의 나,
그때의 우리 가족의 모습을 잊지 않는다.
그 기억들이 나를 가장 사람답게 만들어준다.
그리움과 추억 속에서,
나는 이제 자신을 되돌아보며 과거를 바라본다.
저
멀리
한 아저씨가 큰 개 한 마리와
산책한다.
순간
'나의 누렁이와
그 아저씨의
화해'를
떠 올린다.
흐뭇한 미소가
어느새
감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