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팔아 서울로 유학 보내 공부시켰더니만
농사짓는 동생은 덕이 있어라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14. 2023
소 팔아
서울로
유학 보내 공부시킨
큰 녀석,
형
뒷바라지하느라
한평생 농사지은
동생
ㅡ
가난의 대물림은
아니다
결코
안 된다
해서
어머님의 눈물겨운 희생으로
나는
서울의 대학 벽을 넘어섰다.
누대로 농사짓고 살아온
빈농의
희망은
한 놈의 자식이라도
펜대 굴리는 직업을 갖는 것이다.
합격의 기쁨도
잠시
새끼 낼 요량으로 키운 암소,
입학금에 들었다.
그 소는 우리 집의 소중한 생계이고,
자산이다.
어머니는 며칠 밤 지새운 후,
기어코
용단을 내렸다.
전재산인 소를 팔아
나를
학문의 길로 보냈다.
어머님 가슴속
피멍 든 응어리
큰 녀석
합격으로 풀었다.
나는
그럭저럭
인정받아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것이
나에게 얼마나 큰 부담인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나는 어머님이 가르쳐주신 가치를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허나
학문을 향한 마음이 사람 향한 마음보다
더 컸다.
마치
물고기가 물이 아닌 땅에 살려고 애쓰는 것처럼,
나는 학문의 세계에서는
쉽게 그루잠을 자지 못했다.
한편,
동생은 나와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다.
그는 학문의 세계로 올라가는 것 대신
농사를 짓고, 어머님을 곁을 지켰다.
동생은 말이 없이,
그렇게
묵묵히 땅만 보며 살았다.
그의 삶은
한결같이 담백했다.
그의 존재는 모두에게 희망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칭송하며,
그의 말 없는 섬김을 보며 감동했다.
그런 내 동생을 생각하며 나는 깨달았다.
공부로는 사람의 인격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아무리 학문이 깊더라도,
사람의 가치는
그것으로 측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
돌아가신 어머님은,
누구를 더 자랑스러워하셨을까?
학문의 길을 걸어가는 나를?
아니면 땅을 파고 사람을 사랑하는 동생을?
아마도
돌아가신 어머님은
나만 생각하면
'소만 날렸다'라고 여기셨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방식으로 그렇게 희생하신 어머님과 동생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을까?
오늘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동생이 보고 싶다.
그의 묵묵한 섬김과 담백한 삶이 그리워진다.
동생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그는 이미 나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다.
나는
그에게 어떤 것을 줄 수 있을까?
이 아픔 속에서 찾아야 하는 대답은
아마도
사랑일 것이다.
나의 사랑,
그리고 부모님의 사랑을 그에게 전달하는 것.
그것이 나의 과제이다.
학문의 길에서도,
땅을 파는 길에서도,
사람은 사랑을 배울 수 있다.
우리는 그 사랑을 통해 서로에게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공부와 농사,
둘 다 소중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둘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사랑을 배우고, 그 사랑을 표현하는지일 것이다.
나는
땅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동생을 계속 사랑하며,
그에게 나의 사랑을 전할 것이다.
그것이
나의,
그리고
우리 모두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수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