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리 6남매 공동 목욕탕은 큰 고무통

어머니는 목욕물로 다시 빨래를 했다





마음은

고향에 가 있다.





오늘 사우나에 왔다.

올 때마다

어린 시절 모습이 떠올라

슬며시

미소를 머금는다.


시골에서의 나날들을 기억하는

나의 몸은

언제나 사우나의 따스함보다는

고향의 미지근한 물에 더 잘 적응한다.


어머니는 울에서 물을 길어 가마솥에 팔팔 끓여서

큰 고무 통에 옮겨 담아 찬물을 섞는다.

물은 우리 6남매가 모두 목욕하면

미지근해져 있었다.

형들과 누나들이 목욕한 후의

그 물은 항상 미지근해 있다.

차라리 차다는 편이 나을 듯하다.

그 물은 막내와 내 차례다.


이렇게 하는 것도 우리에겐 호사이다.


겨우내

한 번

구정을 앞둔 때씻김이다.

때로는

때가 둥둥 떠다닌다.

그때마다

엄마는

지난가을

박속 굵어 만든 바가지로 때를 떠낸다.


"오늘 저녁 이것으로 국 끓여 먹어도 되겠네"

한마디 하시며

앞마당에 뿌린다.


엄마의 손길이 항상 정성스럽고 따뜻했다.

그때의 물이 청소년 시절을 보낸 나의 몸을 단 한 번도 아프게 하지 않았다.

비록

그때의 우리가 겪었던 목욕 문화는 현재 어린이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조건이었을지라도,

그것은 우리의 삶이었다.

겨울에는 그 물로 빨래를 하고,

그 물로 마당의 먼지를 잠재웠다.


그 시절,

물은 공유의 상징이었다.

아무리 힘들고 가난한 시절이었어도,

그 시절의 우리는 아름다운 추억을 쌓았다.

우리의 엄마는 이미 세상을 떠나셨지만,

그녀의 사랑과 정성은 여전히 그 물속에 존재한다.

요즘에는

세련된 사우나에서 목욕하며 그 시절을 떠올린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목욕탕에서는

그 시절의 물이 가지고 있던 따뜻함과 공감대를 찾기 어렵다.


해서

그때의 기억들이 가끔씩 그리워진다.

어머님이

이곳에

오시면

어떤 생각이 드실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소 팔아 서울로 유학 보내 공부시켰더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