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6남매 공동 목욕탕은 큰 고무통
어머니는 목욕물로 다시 빨래를 했다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14. 2023
늘
마음은
고향에 가 있다.
ㅡ
오늘 사우나에 왔다.
올 때마다
어린 시절 모습이 떠올라
슬며시
미소를 머금는다.
시골에서의 나날들을 기억하는
나의 몸은
언제나 사우나의 따스함보다는
고향의 미지근한 물에 더 잘 적응한다.
어머니는 개울에서 물을 길어 가마솥에 팔팔 끓여서
큰 고무 통에 옮겨 담아 찬물을 섞는다.
물은 우리 6남매가 모두 목욕하면
미지근해져 있었다.
형들과 누나들이 목욕한 후의
그 물은 항상 미지근해 있다.
차라리 차다는 편이 나을 듯하다.
그 물은 막내와 내 차례다.
이렇게 하는 것도 우리에겐 호사이다.
겨우내
한 번
구정을 앞둔 때씻김이다.
때로는
때가 둥둥 떠다닌다.
그때마다
엄마는
지난가을
박속 굵어 만든 바가지로 때를 떠낸다.
"오늘 저녁 이것으로 국 끓여 먹어도 되겠네"
한마디 하시며
앞마당에 뿌린다.
엄마의 손길이 항상 정성스럽고 따뜻했다.
그때의 물이 청소년 시절을 보낸 나의 몸을 단 한 번도 아프게 하지 않았다.
비록
그때의 우리가 겪었던 목욕 문화는 현재 어린이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조건이었을지라도,
그것은 우리의 삶이었다.
겨울에는 그 물로 빨래를 하고,
또
그 물로 마당의 먼지를 잠재웠다.
그 시절,
물은 공유의 상징이었다.
아무리 힘들고 가난한 시절이었어도,
그 시절의 우리는 아름다운 추억을 쌓았다.
우리의 엄마는 이미 세상을 떠나셨지만,
그녀의 사랑과 정성은 여전히 그 물속에 존재한다.
요즘에는
세련된 사우나에서 목욕하며 그 시절을 떠올린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목욕탕에서는
그 시절의 물이 가지고 있던 따뜻함과 공감대를 찾기 어렵다.
해서
그때의 기억들이 가끔씩 그리워진다.
어머님이
이곳에
오시면
어떤 생각이 드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