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벽에 붙인 껌, 누가 씹었어!
껌과의 전쟁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14. 2023
그 당시
껌은
귀했다.
씹고
벽에
붙였다가
또
떼서 씹었다.
그러다 보면
헷갈린다
어느 것이
내 껌인지?
ㅡ
나는 어릴 적,
시골 하늘 아래 첫 동네에 살았다.
그때의 삶은 단순했지만,
아름다웠다.
소박한 삶이지만
그 속에는 우리만의 즐거움이 가득했으며,
그중 하나는
바로
"껌"이었다.
서울 사는 삼촌은 시골에 올 때면
우리를 위해 껌을 사 왔다.
손에는 껌이 가득 담긴 통이 들려 있었고,
그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설렜다.
한두 통의 껌은 마치 보물 같았다.
각자 한 개씩 나눠 받았지만
그 달콤함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였다.
껌을 씹는 것은
곧
우리의 소중한 일과가 되었다.
달콤한 맛이 빠질 때까지 끊임없이 씹어 대며,
입안에서 퍼지는 그 향기는 지금도 나의 기억 속에 새겨져 있다.
껌의 달콤함이 사라지면서 뻗뻗해지면
입이 아파 왔다.
그러나
아픔은 그것을 벽에 붙이는 새로운 모험의 시작이었다.
우리 집의 벽은 서울에서 보내온 신문지로 채워져 있었다.
그 위에는 각각의 껌이 붙어 있었다,
마치
시커먼 매미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 같았다.
껌이 붙어있는 모습은 마치 우리가 무얼 했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나타내는 일종의 일기와 같았다.
껌을 벽에서 떼어내는 일은 어렵지만,
그것이 제공하는 새로운 기회는
우리를 설레게 했다.
신문지가 떼어낸 껌에 붙어 있을 때,
그것을 씹으면서
종이가 떨어질 때까지 계속 씹는다.
그리고 나서야
껌을 다시 씹기 시작한다.
떼어낸 껌을 씹을 때는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다. 아무렇게나 선택하여 씹었다.
가끔은
남의 껌을 씹었다는 이유로 싸움이 일기도 했다.
허나
그런 싸움은 우리 6남매의 우의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
그때의 추억은
지금도 나의 마음속에서
가장 따뜻한 장소에 남아있다.
껌을 씹는 단순한 행위가
어린 우리에게는 큰 즐거움이었다.
그것이 나의 아름다운 과거,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었다.
그 달콤함이 아직도 입안에 느껴질 듯하다.
그래,
그것이 바로 우리의 달콤한 추억,
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