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선생님 장례식장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는 우리의 작은 성자였다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15. 2023
"모두
책가방
책상에 올리고,
눈감고
두 손을
머리에 올려라"
ㅡ
나는
아직
그 시절을 잊지 못한다.
"모두 머리에 손 올리고 눈감아라"
우리 반 한 친구가 필통을 분실했다.
범인은 분명히 이곳에 있다.
조용히 손 들어라
비밀은
반드시 지켜줄 것이다."
ㅡ
한 여학생이 새로 산 필통을 잃어버렸다.
그 아이는 이 사실을 '학급에서 도난당했다'라고
담임에게 말씀드렸다.
그리하여
담임은 범인을 잡으려는 행위였던 것이다.
아이들이 손 들지 않으니
" 만약 자진해서 나오지 않으면 집에 보내지 않겠다"라고
계속하여 협박한다.
한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
겨울이라
낮이 짧다.
아무것도 모르는
교실 벽시계는
어느새
다섯 시를 가리켰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갔다.
순간,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됐다, 이제 됐다.
모두 눈을 뜨고
가방을 정리해라"
한 아이가 손을 든 모앙이다.
우리는
누군지 모르는
그 아이 덕에
그렇게 석방 아닌 석방이 됐다.
그 아이만 남겨져
교무실로 갔다.
과연
비밀이 지켜진 것일까?
다음날
그 아이의 엄마는 교무실로 호출 됐다.
언제부터인가
그 아이는
등교하지 않았다.
결국
학년을 마치지 못했다
후에
선생님은
이야기했다.
" 그의 부모님이 이사해서
다른 학교로 전학했다고!"
나중에 밝혀졌다.
필통은
잃어버린 친구의 단짝이
장난 삼아 숨겼던 것으로!
그 친구는
'장난으로 한 것인데
분위기가 너무나 험악하고
무서워 손을 들지 못했다'라고 했다.
이를 알고 있는
선생님은 여전히 침묵이다.
그것도
비밀을 지키기 위함인가?
몇 년 전
그 선생님의 부고장이 날아왔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물론
그때
전학 간 아이의 모습도
필통을 잃어버렸던 여학생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ㅡ
그때의 담임 선생님,
모두의 눈을 감고, 필통의 소유자를 찾기 위한 그의 행위,
그것은 합리적인 선택이었을까?
그 이후로
수많은 해가 지나도
아직
확실한 답을 찾지 못했다.
그 시절을 잊을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그것을 바로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필통은 다시 찾을 수 있지만, 잃어버린 소년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의 부재는 항상 우리를 괴롭힌다.
우리는 그의 손이 머리 위로 올라가는 것을 잊을 수 없다.
그 희생의 순간이
우리를 향한
그의 마지막 인사였다.
그는 우리의 영원히 잊히지 않는
작은
성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