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 사례금으로 달걀 한 판을 받았다
가슴이 뭉클했다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15. 2023
"아우, 고마워.
이번 여름
버섯 판 돈 전부여!"
봉투 속에는 작은 쪽지에
비뚤비뚤 쓴 손편지와
꼬깃한 만 원짜리 지폐가
7장이 들어 있었다.
가슴이 뭉클했다
ㅡ
가끔
제자들의 주례를 맡는다.
그럴 때마다
사례금을 건네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대체로 받지 않는다.
어린 시절
각별히 지낸
동네 형이 그의 아들 주례를 부탁했다.
형의 아들을 어릴 때부터 봐 왔기에
흔쾌히 응했다.
주례를 마치고 나서,
형은 나의 뒤를 따랐다.
손에 쥔 봉투를 나에게 건네려 했다
나는 단호히 거절했다.
그는 고집스레
봉투를
내 주머니에 구겨 넣는다.
형은 초등 교육밖에 받지 못했지만,
항상 진심 어린 삶을 살아
주변 사람들로부터
신뢰와 존중을 받았다.
그는 항상 침묵을 지키며,
미소를 띠고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참으로 겸손한 사람이다.
집에 돌아와 꼭 붙여진 봉투를 뜯었다
그 안에는 땀으로 절어있는
일만 원 지폐 7장과
비뚤비뚤 쓴 손 편지가 들어있었다.
"아우, 고마워!
이번 여름에 산에서 버섯 따서 판 돈 전부야.
적어서 미안해"
그의 메시지를 읽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부의금이나 축의금은
일반적으로 5만 원 또는 10만 원을 하는데,
그는 7만 원을 넣었다.
버섯 판 돈 전부이기에!
몇 달 후,
시골을 갈 기회가 있어
형의 집을 찾았다.
그는 가난한 집안에서도
행복을 찾는 법을 알았다.
나를 맞이하여
직접 키운 닭을 잡아 얼큰하게 만든 닭볶음탕과 탁주 한 잔을 내놓았다.
나갈 때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달걀 한 판을 손에 쥐어 주었다.
참으로
따뜻했다.
지금도
그때의 기억은
내 마음에 강하게 새겨져 있다.
그 당시
형이 준 봉투 속에 있는
손편지와 7만 원은
아직도
나의 보물이다.
그 형의 손주 돌 때
그 돈으로
옷 한 벌 사갈 생각이다.
그것은
단순한 금액이 아닌,
형의 진심과 겸손,
그리고
그가 품은 따뜻한 마음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생활은 현대 사회에서 쉽게 잊히는
가치들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겸손함,
고마움,
가난한 가운데에서도 행복을 찾는 법.
그 모든 것이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잔잔한
메시지를 전한다.